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이 불가피하단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열린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70년대 암울했던 시대에 저는 교과서가 자유롭게 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화를 외쳤던 사람"이라며 "그런데 2, 3년전 ('교학사 파동'으로 교과서가) '이념의 수렁'에 빠졌다.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제가 민주화, 자유화에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 국정교과서 '집필거부'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선 "일부 학자가 또는 제 제자가 (국정교과서) 반대성명 낸 것 자체를 나무라지는 않는다. 젊은 사람들이 그런 용기도 없으면 안 된다"며 "다만 (그들이) 국정을 반대한다며 '집필거부', '집필거부'하는데 저는 그 분들한테 집필을 의뢰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정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구성이 다음달인 11월 중순쯤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성이 완료되더라도 집필진 신원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선정이 됐더라도 (집필진) 신상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집필진이 구성되면 그 분들의 의견을 물어서 결정할 것"이라며 "집필하는 분들 입장에선 (신원 공개에 따른)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 관련 예비비 17억원에 대해선 "얘기는 들었지만 아직 (공문을) 보진 못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들의 국정교과서 집필 참여 배제 여부를 묻는 질의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에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된 여야의원들의 공방이 이어졌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역사서라는 것이 역사적 사실의 기록과 의미의 해석을 담은 책"이라며 "헌법적 가치에 부합된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명수 의원도 "어린이들에게 왜 이 많은 교과서를 주고 공부하라고 하느냐, (이것은) 어른들의 책임"이라며 "국정화는 통일을 위한 작업이다. 북한은 하나인데 왜 우리는 (교과서가) 여러개냐"고 말했다.
반면 강창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고려대 총장을 했던 분이 국편위원장을 하는 게 격에도 안 맞는다. 국편위원장으로 와서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제가 참 존경했었는데 정치인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가르친 제자들을 좌편향으로 몰고 갈 것인가. 그러면 가르친 선생이 책임져야 하지 않나"라며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 석 자라도 남긴다는데, (김 위원장은) 위대한 학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해 김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