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애 기자]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확신을 가진 사람은 외롭다. 관객과 주원만 아는 사실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도대체 이 답답한 상황이 어떻게 풀어질지 궁금해지는 순간, 이미 그의 감정에 이입해 있는 나를 발견한다.
주원-유해진-이유영 주연의 영화 ‘그놈이다’가 20일 왕십리CGV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그놈이다’는 과거 윤준형 감독의 지인이 겪은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어느 날 부산의 한 해변마을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여대생을 위한 ‘넋건지기굿’이 진행됐다. 이는 죽은 영혼을 달래고자, 저승 가는 길 배불리 먹고 가라고 붉은 천에 쌀이 담긴 놋그릇을 바다에 던지는 의식. 기묘한 일은 이때 일어났다. 붉은 천이 팽팽하게 당겨지더니 이내 끊어지고 놋그릇만 둥둥 떠다니다 한 청년 앞에 멈춰선 것. 이를 보고 죽은 여대생의 아버지는 직감적으로 그 청년을 범인으로 확신하고 6개월 간 쫓아다녔다. 심증은 있었지만 결국 범인으로 증명해내진 못했다고 한다.
영화 속 주원(장우 역)은 여동생을 잃은 오빠로 등장한다. 어려운 사정에도 얼음공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하나 뿐인 여동생 류혜영(은지 역)을 살뜰히 돌본다. 어느 날 여동생이 의문의 남자에게 무참히 살해당하고, 주원은 귀신을 보는 소녀 이유영(시은 역)의 도움을 받아 범인으로 의심되는 자, 유해진(민약국 역)을 끈질기게 쫓는다. 단서도 증거도 없지만 주원은 시종일관 ‘그 놈’을 의심한다.
영화는 가족을 죽인 살인범을 쫓는 남자의 추적극이라는 익숙한 소재에 한국적인 토속신앙을 추가했다. 여기에 귀신과 같은 초자연적 현상이 등장하면서 '심령 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를 완성시켰다.
이에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새가 없다. 어두운 골목길에서 숨 가쁘게 범인을 추적하는 주인공과 철거를 앞둔 폐가가 즐비한 음산한 주택가는 특별한 사건 없이도 관객을 공포의 한 가운데로 몰아넣는다. 여기에 유해진의 얼굴을 비추는 주홍빛 약국 간판과 귀신이 등장할 때 언뜻 비추는 푸른 빛, 마지막엔 이 모든 것이 혼재된 듯 스크린을 꽉 채우는 빨간 빛까지 극의 긴장감을 더하는 숨겨진 장치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20대 남자 배우 중 단연 최고라 할 만한 ‘연기파’ 배우 주원과 대세 배우 유해진의 ‘케미’가 돋보인다. 그동안의 작품에서 깔끔한 전문직을 주로 맡았던 주원은 덥수룩한 머리에 허름한 단벌신사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유해진 역시 최근 예능에서 보여주던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비밀을 감춘 듯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입증했다.
더불어 귀신을 보는 캐릭터를 열연한 이유영의 신들린 연기, 주원과 완벽한 남매 궁합을 선보인 류혜영, 답답할 정도로 주인공의 확신을 무시하는 경찰 역의 서현우까지 주인공을 둘러싼 조연들의 빈틈 없는 연기가 극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무엇보다 제작발표회 당시 감독이 밝힌 바와 같이 ‘범인이 밝혀지는 영화’라는 점, 어설픈 열린 결말이 아니라서 깔끔하다. 주원이 범인을 의심하는 순간부터 밝혀나가는 과정까지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처절한 감정이 어렵지 않게 전해진다. 더불어 갑작스러운 귀신의 등장에 ‘허무맹랑하다’라고 느끼는 한편, 어디에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묘한 소름이 돋는다. 10월 28일 개봉.
(사진=영화 '그놈이다' 공식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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