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열차사고, 장애인 돕다 ‘경찰의 날’ 사망한 경위…애도물결

입력 2015-10-22 00:00


울산 열차사고 (사진=연합뉴스)

경찰의 날인 21일 기찻길에 누운 10대 장애인을 구하려던 경찰관 2명이 기차에 치여 숨지거나 크게 다쳤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께 울산시 북구 신천동 철길에서 태화강역 방향으로 달리던 화물열차에 경찰관 2명과 지적장애인 김모(16)군 등 3명이 치였다.

이 사고로 경북 경주경찰서 내동파출소 소속 이기태(57) 경위와 김군이 숨지고, 김태훈(45) 경사가 발가락이 절단되는 부상을 입었다.

이 경위와 김경사는 이날 오전 10시께 한 여관 객실에서 누군가가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함께 출동해, 김군을 데리고 호계역으로 가던 길이었다.

이들은 여관에 있던 김군을 진정시킨 뒤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당장 데리러 가기 어렵다"며 기차에 태워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김군의 집은 서울이었다.

불국사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김군은 또 물병을 들고서 다른 승객을 상대로 난동을 부렸고, 이 경위 등은 김군을 순찰차에 태워 인근 울산 호계역에 가서 집으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 이에 호계역으로 가던 중 울산시 북구 신천동에 들어설 무렵 소변이 마렵다며 차에서 내린 김군은 느닷없이 인근 철길로 뛰어들어 드러누워 버렸다.

두 경찰관은 김군을 철길 밖으로 데려 나오려고 황급하게 달려갔지만, 부산에서 경주 방면으로 달리던 화물열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결국 열차에 부딪혔다.

공교롭게 경찰의 날 사고 소식을 접한 동료들은 두 경찰관 모두 평소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근무했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이 경위는 정년퇴직을 3년가량 남겨 두고 있었다.

한 경찰관은 "경찰의 날,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분위기가 숙연하다"며 "인명을 구하려다가 당한 사고여서 슬픔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경찰서와 경북지방경찰청은 경찰의 날 기념행사, 회식 등을 축소했고 경북지방경찰청은 유족과 장례절차 등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