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미수범 돕던 '의리파' 친구, 필로폰 투약 들통 결국...

입력 2015-10-21 09:17


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도피중인 친구를 도운 30대가 조사중 필로폰 투약 사실이 들통나 구속됐다.

21일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홍모(38)씨는 8월 30일 친구 박모(37)씨의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사람을 흉기로 찔러 경찰에 쫓기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부탁이었다.

박씨는 자신에게 험담했다는 이유로 그날 새벽 구로구 구로동의 길가에서 지인 이모(42)씨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는 터였다.

홍씨는 자신의 승용차에 박씨를 태우고는 서울을 벗어나 박씨의 도피를 도왔다. 2∼3일쯤 박씨의 도피를 도와준 홍씨는 "이 정도 했으니 됐다"며 다시 서울로 돌아와 그와 헤어졌다.

그런데 살인미수를 저지른 친구를 도운 '의리파' 홍씨는 마약에 손을 대고 있었다.

홍씨는 8월 초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마약상으로부터 필로폰 10g을 사들이고는 김모(32)씨와 함께 투약하고 있었던 것이다.

홍씨가 박씨의 도피를 도울 때도 김씨는 차에 함께 타고 있었다.

앞서 홍씨는 휴대전화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얼음 하실 분' 등의 제목으로 대화방을 만들어 접속한 김씨를 만났다. 이 대화방에서 얼음 한다는 것은 마약을 한다는 뜻이다.

두 사람의 마약 투약은 엉뚱하게도 박씨의 도피를 도왔던 일이 빌미가 돼 탄로 났다.

박씨를 추적하던 경찰은 지난달 2일 오후 11시께 대구 달서구의 한 모텔에 주차돼 있던 홍씨의 승용차를 발견했다.

이 모텔을 급습한 경찰은 마약에 취해 있던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옆 모텔에서 투숙하고 있던 홍씨는 신발을 챙기지도 못하고 그대로 달아났다.

살인미수범을 체포하려던 경찰은 두 사람의 마약 행각을 적발하게 된 것이다. 친구의 도피를 도왔던 홍씨는 졸지에 자신까지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대구에서부터 한 달 넘게 전국을 전전하며 도피생활을 하던 홍씨는 결국 이달 15일 밤 경기도 안양에서 체포됐다.

홍씨의 도움으로 도피 생활을 이어 오던 박씨는 이미 지난달 5일 충남 천안에서 검거된 후였다.

경찰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홍씨와 김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박씨를 구속했다.

홍씨는 도피하던 중에도 경기 화성시 도로변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씨와 김씨는 경찰에서 한목소리로 "권유를 이기지 못해 마약을 했을 뿐 내가 스스로 마약한 것은 아니다"라며 마약을 투약한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두 사람의 또 다른 마약 투약 사실 등 추가 범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