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서 거액의 조세회피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아온 스타벅스와 피아트가 수천만 유로가 넘는 세금을 물게 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반독점 집행위원이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정부가 각각 스타벅스와 피아트에 적용한 조세(감면) 규정이 불법적 국가 보조에 해당한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EU 반독점 당국은 스타벅스가 네덜란드의 법인세율 25%에 훨씬 못미치는 2.5%에 해당하는 세금만을 냈다고 밝힐 예정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세금 상환액이 3천만 유로(약 384억원)보다는 적은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피아트에 대해서도 룩셈부르크 법인세율 29%가 아니라 사실상 1%에 불과한 법인세를 냄으로써 세금을 회피한 점을 지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아트 관계자는 "세금 상환액이 스타벅스보다는 많지만 2억 유로(약 2천557억원) 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정부가 EU 당국으로부터 스타벅스와 피아트에서 징수할 세금의 정확한 액수보다 미징수액을 산정하는 구체적 방법에 대해 통보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변호사 등 관계자들은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이 더 관심을 갖는 것은 피아트와 스타벅스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것보다 특정한 형태의 공격적 세금 회피의 불법성에 맞서 강력한 대응체제를 수립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이 이끄는 EU 반독점 당국의 조치가 단순한 미납 세금 징수 차원을 넘어서서 유럽 내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관행을 억제하기 위한 광범위한 법률적 선례를 확립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U의 조치는 세금 회피와 관련한 조사 대상 기업인 애플, 아마존과의 더 큰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EU의 한 고위 관리는 "피아트와 스타벅스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U 반독점 당국의 이번 결정은 어느 곳의 세율이 가장 낮은지를 찾는 유럽 내 수천개 기업들을 상대로 유럽 각국 정부가 제시하는 조세 적용제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U 반독점 당국은 거의 모든 EU 회원국들에 대해 조사를 위해 조세 규정 자료를 넘길 것을 요구해왔다.
영국계 로펌 핀센트 메이슨의 캐럴라인 램지 변호사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며 "유럽에 진출하려는 다국적 기업은 (세금 감면과 같은) 정부 지원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