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등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각 대학 교수들이 속속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13일 연세대 사학과 교수 13명 전원은 성명서를 통해 “제의가 오리라 조금도 생각하지 않지만 향후 국정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일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은 학문과 교육이라는 안목이 아니라 오로지 정치적 계산만을 앞세운 조치”라며 “40년 전 유신정권이 단행했던 교과서 국정화의 묵은 기억이 재현되는 모습을 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경희대 사학과 교수 9명 전원 역시 14일 성명을 내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시대의 퇴행”이라며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국정화는 한국 현대사에서 감시와 통제의 시기로 간주되는, 소위 유신시대로 돌아가려는 시도”라며 “우리는 역사 해석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인정하는 연구와 교육을 추구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연세대 인문·사회분야 교수 132명을 비롯해 서울대 역사 관련 학과 교수 34명, 고려대 역사·인문사회계열 교수 160명 등도 국정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집단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한편 서강대 사학과 교수들은 16일 ‘국정교과서 반대 성명’ 발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서강대, 성신여대, 한양대 등도 내부에서는 역사학과 및 사학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집필 거부 논의가 긴박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