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줌 인]오릭스, 영역 없는 기업사냥...현대증권 또 다른 제물되나

입력 2015-10-13 11:09
수정 2015-10-13 15:59
<급전 필요한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03450 target=_blank>현대증권, 울며겨자 먹기?>

현대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파킹딜' 의혹을 낳고 있는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오릭스PE).

금융당국은 오릭스 측의 인수배경이나 계약조건 등을 검토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의혹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파킹딜 의혹은 오릭스가 자기자본 기준 업계 5위인 대형증권사를 인수하면서 턱없이 적은 금액을 출자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실제로 현대증권 인수 자금 5,226억원 가운데 오릭스 측이 실제로 출자한 금액은 1,831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인수자금은 현대상성과 버팔로파이낸스가 출자했다.

전체 인수 자금의 35% 정도만으로 대주주가 되는데다 기존 현대증권 대주주인 현대상선이 재투자를 하는 구조인 셈이다.

계약서에는 버팔로가 현대증권을 팔 경우 현대상선이 불리한 콜옵션 조건도 담겨있다.

현대증권 주가가 1만9,000원 이상일 때는 1주일 평균주가로, 1만9,000원이 안 되면 경우에는 직전 분기 순자산 가액 대비 0.89배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되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1만9,000원이 안 되면 연 수익률 15%를 오릭스측에 보장한다는 내용도 있다.

콜옵션 행사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급전이 필요한 피인수 기업에 불리한 조건을 달아, 이익만 챙기고 떠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사진: 미야우치 요시히코 오릭스 명예회장)

<오릭스, 영역 없는 공격투자>



오릭스그룹은 지난 1964년 일본에서 '오리엔트리싱' 이라는 이름의 리스회사로 출발했다.

1989년 지금의 오릭스로 사명을 바꾸고 금융투자업에서 렌털, 보험과 부동산 개발 등 업역 구분없이 사업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사업 영역만큼이나 해외진출 국가도 다양하다.

1970년대부터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 현재는 세계 30여개 나라에 800여개의 연결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2002년 한화와 함께 대한생명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3년 YK스틸, 2007년 STX메탈, 2009년 포스텍 등에 200~300억원 안팎의 투자를 한데 이어 2010년에는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를 설립한 뒤 국내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2010년 푸른2저축은행을 인수한데 이어, 2012년에는 셀트리온에 1,000억원을 투자했고, 같은 해 말에는 STX에너지 지분 43.1%를 3,60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각각 현대로지스틱스와 현대증권(대주주적격성 심사중)을 인수하는 등 최근 2년간 2조원이 넘는 자금을 국내 M&A시장에 쏟아냈다.





<옵션 통한 '차익실현' 집중...기업 생태계 혼란>

지금까지 오릭스의 투자 행태는 기업 경영을 통해 기업가치를 키우는 쪽보다는 단기 매각차익을 추구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적은 금액에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하고서 단기간내 차익을 실현하고 되파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오릭스는 STX에너지 인수당시 STX에너지 자산가치에 변동이 생기면 지분 재평가를 통해 지분율을 재조정하도록 조항(옵션)을 달았다.

STX에너지의 주요자산 가치가 6,000억원 밑으로 떨어질 경우 지분을 최고 88%까지 늘릴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이다.

이후 2013년 4월 STX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STX의 자산가지차 떨어지자 이 권리를 행사해 지분을 늘려 STX의 최대주주가 됐다.

대주주로 올라선 뒤에는 자산가치 1조원짜리 알짜기업인 STX에너지의 지분 가운데 72%를 GS-LG그룹 컨소시엄에 매각하면서 투자원금을 전액 회수했다.

지난 7월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당시에는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인수하는 방식을 취했다.

특수목적회사의 지분은 오릭스가 35%, 롯데쇼핑 35%, 현대상선 30%. 총 인수 금액은 6,500억원이다.

인수 경쟁사였던 롯데를 인수파트너로 영입한 배경에는 롯데의 유통물량을 흡수해 현대로지스틱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는 셈법이 작용했다.

이 같은 오릭스의 인수 기법은 업계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오릭스의 투자 형태는 과거 론스타 당시와 크게 다를게 없다"며,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업적인 노력없이 각종 옵션이나 전략적 파트너 쉽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이다"고 지적했다.



(사진: 이종철 오릭스PE코리아 대표)

<현대증권 인수도 단기차익 목적?>

현대증권 인수과정도 과거 오릭스의 여타 기업들 M&A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그룹이 자금난에 현대증권을 매물로 내놓자 오릭스는 인수에 필요한 자금의 3분의 1만으로 현대증권을 인수하게 된다.

특히 주가가 1만9,000원이상이면 현대증권 기존 대주주인 현대상선이 지분을 다시 사가도록 한 옵션도 있다.

주가가 1만9000원이 안되도 연간 15%의 수익률을 보장받는다.

말 그대로 M&A 레버리지 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일각에선 지분을 잠시 맡았다 되파는 '파킹딜'의혹을 제기하지만 오릭스의 이 같은 콜옵션은 자본시장법상 M&A 결격사유가 되지 않는다.

결국 현대증권도 언젠가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차익을 남기고 오릭스는 떠날 것이란 전망이 무리라고 여겨지지 않는 이유다.

과거 우리는 해외 자본의 국내 기업 '먹튀'에 땅을 치면서도 지붕만 쳐다보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선진자본'은 국내 알짜 기업들 사냥은 여전히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