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의 '재해특약'에 가입자가 자살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이 있더라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재해는 자살이 아닌 우발적·외래의 사고를 뜻하는 만큼 해당 약관은 주계약의 약관을 그대로 갖다 붙인 단순 오기(誤記)라는 취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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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부(오성우 부장판사)는 자살한 A씨의 부모가 B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부모가 승소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경찰은 이성 문제 등으로 그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부모는 A씨가 들었던 보험사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주 계약에 따른 7천만원만 지급하고
재해 특약에 따른 5천만원은 "고의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A씨가 든 보험의 주 계약과 특약에는 '계약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이후 자살을 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똑같은 약관이 있었고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보험에 가입한지 2년이 지나서였다.
1심은 "해당 약관은 '고의 자살이더라도 예외적으로 계약 2년이 지난 후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라며
보험사가 부모에게 5천만원을 주라고 판결했다.
평균적인 고객은 보험사가 재해 특약 약관에 계약 2년 후 자살과 아닌 경우를 구분해 지급 기준을 적은 그 자체를 보고도
'자살에도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할 것이라며 보험사에 지급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해당 약관은 주 계약에 있는 내용을 부주의하게 그대로 사용한 '잘못된 표시'에 불과하다며
"실수로 약관을 그대로 둔 점을 이유로 고의 자살까지 보험사고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평균적인 고객도 고의 자살이 재해가 아니란 점을 분명히 아는 상태에서 재해 특약을 들었을 것이라며
"특약의 취지, 계약 체결에서 쌍방 의사 등에 비춰 볼 때 원고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만 최종심까지 갈 경우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