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 4년 만에 코스닥 시장 '노크'
지난달 말 중국 합성운모 업체인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홀딩스(이하 차이나크리스탈)가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습니다.
상장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차이나크리스탈은 다음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됩니다.
이 경우 국내 시장에서의 중국 기업 IPO는 지난 2011년 이후 4년 만이 되는데 현재 헝셩과 로스웰 등의 기업들도 예비심사 중입니다.
중국업체들 상장이 재개되는 상황에서 업계의 기대와 관심을 예상하며 취재에 나섰지만, 기자가 취재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실명 언급을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IPO를 추진하는 증권사, 심사기관 할 것 없이 상장 준비 현황, 정책·심사 방향 등 지극히 ‘평범한’ 사안들을 물어봤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취재원들은 노출을 꺼렸습니다.
업계 대부분이 중국기업 상장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부담을 더욱 크게 느끼는 모습이었습니다.
바로 ‘중국고섬 사태’의 전례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 2011년 국내에 상장했던 ‘중국고섬‘은 상장 3개월 만에 회계 부정으로 거래 정지됐고 2013년 10월 상장 폐지됐습니다.
제2의 '중국고섬 사태' 우려는 기우인가?
제2의 중국고섬 사태가 나오지 않도록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곳은 아무래도 주관사(증권사)일 텐데, 기업가치 산정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습입니다.
차이나크리스탈 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의 이기일 해외IPO팀장은 “중국고섬의 잔상이 남아 있어 투자자들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기업 실사 인원을 크게 늘렸고, 매출처 방문과 은행 직접 조회 등 예전에는 하지 않던 회계투명성 확인 조치들도 이제 필수 과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조광재 NH투자증권 주식자본시장(ECM) 본부장도 “국내기업 상장 시에는 실사 기간이 3~6개월인데 비해 해외기업의 경우 2~3년에 달한다”며 “시장 다양성을 위해 추진하는 중국 기업 IPO인데 부실기업 상장 시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세밀한 검토를 반복한다”고 말했습니다.
IPO 기업을 선정하는 데도 증권사들은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빠지지 않고 검증하는 요소가 최고경영자(CEO)의 도덕성입니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CEO를 수차례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발언의 일관성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주거래 은행·매출처를 직접 찾아 ‘CEO 평판 확인’ 작업도 거친다고 말합니다.
또한 현지 법무법인을 통해 과거 재무 관련 위반사례 유무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유안타증권도 해외담당 인력 중 가장 많은 수를 중화권 전담으로 배정해 CEO·대주주의 도덕성 등을 검증합니다.
거래소와 금융당국도 제2의 중국고섬 나올까 '노심초사'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도 해외기업 상장에 더욱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거래소의 해외기업 상장 예비심사 기간은 영업일 기준 60일로 국내기업(45일)보다 깁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기업에 한해 예비심사 청구 전 주관사와 약 한달 간 사전협의도 갖습니다.
또한 거래소는 물론 금융당국도 법률적 리스크 부문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습입니다.
중국기업은 주로 역외지주회사 방식으로 국내에 상장하는데 현지법과 국내법 간에 상충되는 점은 없는지, 법률 간 차이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 가능성은 없는지가 주검토 사항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로 중국 기업은 홍콩·싱가포르 등에 지주회사 법인을 설립하고 그 법인을 국내에 상장시킨다”며 “회사가 중국에 있다 보니 중국 법령을 무시할 수 없고, 국내 상장 시 국내법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중국기업이라고 특별한 차이를 두고 심사하진 않지만 중국고섬 사태 등으로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라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리스크 요인들을 특히 주시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알짜기업 상장유치로 '중국기업=회계부실' 이미지 끊어내야
이렇듯 업계에서는 중국기업 IPO를 앞두고 여전히 ‘중국고섬 트라우마’를 쉽게 지워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주관사와 감독당국이 상장 준비에 더욱 만전을 기하게 된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기업의 국내 상장은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처를 제공할 뿐 아니라 거래소와 증권사들에게 또 다른 성장과 수익의 발판이 될 수 있어 역시 반가운 일입니다.
국내 증시로 향하는 중국기업들의 발길도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기업들이 자본 유출입에 제한이 있는 자국 시장보다 성장성을 높이 평가해 주는 국내 증시를 선호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내 시장에는 중국고섬 사태 등을 거치며 '중국기업=부실한 회계'라는 각인이 돼 있는 듯 합니다.
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알짜 중국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안착하는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그 역할은 결국 상장주관사들이 해내야하고 이들이 찾아내지 못한 또 다른 위험은 거래소와 감독당국의 제도적 견제로 풀어내야 합니다.
투자 활성화·시장 다양화를 위해 중국기업 IPO에 적극 나서고 있는 주관사와 거래소, 감독당국의 노력이 이번에는 허사가 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