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준혁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 등판해 10승을 노렸으나 아쉽게 실패했다.(사진 = KIA 타이거즈)
분명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2015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 최종전이 6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공교롭게도 KIA 선발 임준혁와 LG 선발 소사는 시즌 9승을 기록하며 시즌 10승에 1승을 남겨두고 있었다. 경기 결과 웃는 쪽은 LG 소사였다. 소사는 7이닝 10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최종전에서 10승을 달성했다. 반면 KIA는 임준혁이 5이닝 무실점으로 막아낸 후 1-0으로 앞선 6회 한승혁을 마운드에 올렸으나 곧바로 역전을 허용했다. 이로써 임준혁의 승리는 날아갔다. 경기에서도 1-3으로 뒤진 7회 1점을 따라붙었으나 9회 1점을 내주며 2-4로 패했다.
임준혁은 마운드에서 내려오자마자 시즌 10승의 꿈이 날아갔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임준혁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즌이었을 것이다.
땜빵 선발에서 팀의 3선발로 우뚝 서다
시즌 시작을 할 때만 해도 임준혁의 자리는 없었다. 시즌 개막 2차전에 불펜으로 등판 1.1이닝 1실점을 한 후 임준혁은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던 5월초 1군 무대에 복귀해 5월8일 넥센 전에 계투로 등판해 3이닝 무실점 호투를 했다. 이어 10일 경기에서도 2.1이닝 1실점으로 구원승을 따내며 나름 인상적인 피칭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것은 기회가 됐다. 5월14일 시즌 첫 선발 등판을 시작으로 4경기 연속 선발 등판을 하며 2승 1패를 기록했다. 물론 상대를 압도하지는 못했지만 양현종을 제외하고는 최소한 5이닝을 소화해줄 수 있는 선발이 없던 KIA에게는 큰 힘이 됐다. 6월에는 선발의 기회를 잡지 못하던 임준혁은 7월부터 다시 기회를 잡았다.
특히 7월에는 선발로 5경기에 등판 24.2이닝을 소화 2승 무패 2.92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8월에도 3승2패 3.41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팀 에이스 양현종이 7월부터 이상 조짐을 보인 가운데 임준혁은 7-8월 KIA에서 가장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그리고 어느덧 임준혁은 양현종-스틴슨에 이어 팀의 3선발로 자리를 잡았다.
비록 9월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팀이 5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KIA가 양현종 외에 이렇다 할 선발 자원이 없던 가운데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임준혁이 기대이상의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었다.
임준혁의 재발견, 프로 13년 만에 꽃을 피우다
프로 입단 당시 임준혁의 포지션은 포수였다. 그러나 이듬해 투수로 전향했고 당시만 해도 150km에 가까운 빠른 볼을 던지며 기대를 했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KIA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던 2008년 40경기에 등판해 66.2이닝을 소화하며 나름 기대를 모았으나 이듬해 29경기 등판해 6.75의 평균 자책점으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상무에 입대했다. 상무에서 제대 후에도 임준혁은 그저 그런 투수였다. 또한 기억 속에서 사라진 인물이었다. 좀처럼 1군 무대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사실 들어올 자리도 없었다. 게다가 누구도 임준혁의 활약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KIA 마운드 자원이 황폐해지자 이는 임준혁에게 기회가 됐다. 좋은 활약을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난 시즌 30경기에 등판 32이닝을 소화했다. 평균 자책점 5.06으로 역시 좋은 기록은 아니었다. 다만 KIA 상황이 1군에서 던질 수 있는 선수가 절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패전처리로 활용을 해도 큰 무리가 없었다.
올 시즌 역시 누구도 임준혁에게 기대하지 않았다. 투수 전향 초기 장점이었던 150km의 강속구도 사라졌고 매우 평범한 수준의 선수였다. 하지만 강속구는 사라졌으나 제구력이 생겼다. 불펜으로 시작했으나 선발 김진우의 부상과 외국인 험버의 부진, 여기에 유동적이던 4-5선발이 로또 수준에 이르면서 임준혁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임준혁은 상대를 힘을 압도하지 못했고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이닝이터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름 안정적으로 5이닝을 막아낼 수 있었다. 이는 KIA에서는 보기 드문 선발 자원이었던 것이다.
비록 시즌 10승은 실패했지만 올 시즌 27경기 등판 평균 자책점 4.10, 9승6패2홀드를 기록하며 118.2이닝을 소화해냈다. 수치상으로는 매우 뛰어난 성적은 아니었지만 임준혁 개인에게는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 또한 가장 행복한 시즌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