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 폐식용류 튀김 '경악'…학생들이 마루타인가?

입력 2015-10-05 11:32


"식용유 열 통을 들여오면 네 통은 무조건 먼저 빼돌리고 나머지 여섯 통을 갖고 새카매질 때까지 반복해 썼어요."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충암중·고교의 급식운영에 관한 감사 결과는 사뭇 충격적이다.

교육청의 조사 결과 충암중·고교는 납품받은 식재료를 빼돌리려고 종이컵과 수세미 등 소모품을 허위로 과다청구하고, 식용유는 반복해 재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소 1억5,400만원에 달하는 식자재 비용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청이 학교 조리원 등으로부터 진술받은 내용을 보면, 학교 측이 먼저 빼돌리고 남은 식용유를 갖고 새카매질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사용했다고 한다.

이렇게 나쁜 기름으로 튀긴 반찬들은 급식시간에 고스란히 학생들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학교가 고용한 조리 종사원들은 막상 조리시간이 부족했다.

학교 측이 조리실에서 교실로 급식 배송을 용역업체에 위탁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뒤 실제로는 학교가 채용한 조리원들에게 급식 배송을 모두 맡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리가 간편하고 시간도 별로 안 걸리는 튀김요리를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시설이 낙후된 충암중·고는 급식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상당수 학생이 교실에서 급식을 받아 식사하고 있다.

조리원들은 학생들을 위해 요리를 해야 할 시간을 빼앗긴 대신, 조리실에서 교실로 급식을 날라야 했다.

조리원들에게 급식 배송을 맡기고 용역업체가 한 것처럼 조작한 학교 측은 최소 2억5,700만원 상당의 배송용역비를 허위 청구했다.

용역비에는 실제 배송을 하지도 않은 용역업체 배송료와 용역업체 직원들의 퇴직 적립금, 4대 보험료 등이 포함됐다.

또 식자재 납품업체 직원을 학교급식 담당직원으로 직접 채용한 뒤 학교의 식재료 구매와 관련해 자신이 일했던 업체와 부당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사실도 적발됐다.

충암고 측은 음식재료를 빼돌리고 기름을 재탕해 반복 사용하는 등 급식 부정을 저지르면서도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들에게 급식비 납부를 독촉하는 등의 비윤리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이 학교 K 교감은 올해 4월 점심 급식을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3월분 급식비 납부 현황을 확인하며 "급식비를 내지 않았으면 먹지 마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져 교육청이 학생인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 관련자 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이 교감은 이번 급식 부정에는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교육청의 징계요구·형사고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충암학원 측은 나아가 비리 의혹을 교육청에 제기한 공익 제보자를 탄압하려 한 사실도 확인됐다.

교육청이 본격 감사에 착수하자 학교 측은 급식비리 의혹을 교육청에 제보한 교사 C씨를 내부 고발자로 지목해 파면·또는 해임의 중징계를 추진하려 했다.

교육청은 이에 징계절차 중지 요청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충암초·중·고교를 운영하는 충암학원은 지난 2011년 교육청의 특별감사에서도 공사비 횡령, 학교회계 부정 등 비리가 적발돼 교육청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하고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충암학원 측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교육청이 학급수 감축, 특별교부금 중단 등의 벌칙을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회계 비리는 계속됐다.

이번 급식회계 부정은 충암고 전 교장 P씨(현 충암중 교장)와 중·고교 공동 행정실장을 맡은 L씨가 주도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L씨는 충암학원 전 이사장의 아들로 충암초·중·고교 교직원들 사이에서는 '학원장'으로 불리며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은 충암학원의 전 이사장 L씨가 비리의 배후에 있다고 보고 L씨를 이번에 학교장·행정실장 등과 함께 경찰에 고발했다.

전 이사장 L씨는 2011년 학교시설 관련 회계부정에 연루돼 교육청으로부터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받았으며 딸에게 이사장 자리를 넘겨줬다.

교육청은 비리가 반복 적발된 충암학원에 대해 학교운영 전반에 관한 강도 높은 특별 감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급식비 외에 다른 학교회계에 부정이 없었는지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학교법인 이사들의 임원 취임승인 취소 등 상응하는 처분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