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하면 아이 아토피 위험 1.8배↑"

입력 2015-10-05 07:52
"제왕절개하면 아이 아토피 위험 1.8배↑"







- 고대 안산병원 연구팀, 청소년 1천302명 분석결과

- "특별한 이유 없다면 가급적 자연분만해야"

제왕절개 방식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들보다 아토피피부염에 걸릴 위험도가 1.8배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남가은 교수팀(제1저자 경상대 간호학과 유미 교수)은 2010~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2~18세 청소년 1천302명을 대상으로 분만방식과 아토피피부염의 관련성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소아과기록'(Acta Paediatrica) 최신호에 발표됐다.

논문을 보면 제왕절개 분만으로 태어난 청소년은 자연분만(질식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들보다 아토피피부염이 발생할 위험도(교차비)가 1.5배에 달했다.

이는 나이와 성별만을 보정해 계산한 것으로, 아토피피부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체질량지수와 모유수유 여부, 혈중 비타민D 농도 등을 추가로 보정하자 분만 방식에 따른 아토피피부염 위험도는 1.6배로 높아졌다. 특히 지방 섭취량을 추가로 보정한 후에는 분만 방식에 따른 아토피피부염 위험도가 1.8배의 차이를 보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제왕절개를 통한 분만이 15%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분만율은 2012년 36.9%, 2013년 37.4% 등으로 WHO 권장 수치를 두 배 이상 넘어섰고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사정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WHO는 지난 5월 제왕절개 수술 시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국제적 기준 채택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제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의 제왕절개 분만은 어쩔 수 없지만, 단순히 산모의 선택에 의해 제왕절개 분만이 시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이렇게 산모의 선택으로 이뤄지는 제왕절개 분만이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영국에서는 제왕절개 분만의 42%가 의학적 이유가 아닌 산모의 선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전문가들은 제왕절개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자연분만 방식의 아이들보다 면역력이 약한 것으로 본다. 그만큼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약하다는 얘기다. 최근 연구에서는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이 건강한 면역체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박테리아에 노출되지 않아 면역력이 약하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이번 연구에서 제왕절개로 분만한 아이들에게 아토피피부염이 잘 생기는 것도 이런 면역력 요인에다 분만시 유익균의 부족, 출산 후 모유수유 부족, 제왕절개에 따른 미숙아나 저체중아 출산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의료진은 분석했다.

남가은 교수는 "영유아, 청소년에게 난치성 질환으로 꼽히는 아토피피부염과 분만방식의 관련성을 관찰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의학적으로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가급적 자연분만을 고려하는 게 아이의 건강 측면에서 바람직함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