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소외된 명곡 재발견 프로가 많아지는 이유… '슈가맨·심폐소생송'

입력 2015-09-30 12:21
수정 2015-09-30 15:06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과 SBS '심폐소생송'이 유사한 포맷을 지녔다는 지적이 있었다. (사진 = JTBC/SBS)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과 SBS '심폐소생송'이 유사한 포맷을 지녔다는 지적이 있었다.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가 먼저 선을 보이고 정규방송으로 편성이 됐으니 SBS '심폐소생송'이 이를 흉내 낸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떤 면이 그런 것일까. 예전 노래 중에 상대적으로 그동안 소외됐던 노래들을 찾아내 다시금 세상에 빛을 보게 만드는 면이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예전 노래를 다시 리메이크 등을 하는 점도 비슷해 보인다.

엄밀하게 비교해보면 다른 점이 눈에 띄긴 한다.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은 원-히트-원더 가수를 찾아 오랜만에 스튜디오 안에 등장시킨다. 하나의 히트곡을 통해 폭풍같이 인기를 끌고 곧 사라졌던 가수는 너무나 많다. 폭풍 같은 인기 때문에 아는 사람만 기억하는 사람만 있으니 현재에서는 인지도가 낮을 수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해당 가수가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하며 활동한 것이 아니라 짧은 기간 동안 대중적인 주목을 받았던 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면 SBS '심폐소생송'은 가수의 음반에 주목한다. 대개 주요 히트곡만 회자될 뿐 음반 안에 있는 다른 곡들은 외면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점에 착안한 것이다. '심폐소생송'은 '투유 프로젝트-슈가맨'과 다른 점은 노래 자체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한 두곡이 아니라 여러 곡이 등장한다는 점이 다르다. 다른 가수들이 부르기 때문에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은 두 진행자 유재석과 유희열이 발굴한 예전 가수의 노래는 물론 그의 일상생활이나 당대의 사회문화사를 다양하게 보여주는데 더 집중을 한다. 이 가운데 인생 스토리는 물론 현재의 삶까지 내밀하게 보여주려 하고 리메이크에서 맞대결을 보이며 승부를 내려 한다.

약간의 라이벌적 게임요소가 들어가 있는 셈이다. '심폐소생송'은 여러 가수들의 노래를 새롭게 재발견하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데 반드시 히트곡일 필요는 없다.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지난다면 그것을 선택한 이유가 된다.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에서는 크게 인기를 끌었지만 단발성이었던 점에 차별점이 있다. 노래만이 아니라 가수 자체의 삶의 이야기를 좀 더 상세하게 보여주면서 현재와 과거를 연결시킨다.

이런 명곡의 재발견 포맷이 등장하고 있는 이유는 이미 비슷한 복고 노래 포맷이 포화 상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세주의에 편승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아는 가수이어야 했다. 이러한 옛노래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유명하거나 히트한 노래들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그렇지만 '심폐소생송', '투유 프로젝트-슈가맨'등은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름을 알만한 가수들의 노래만이 등장했던 오디션 프로와도 다르다. 반드시 크게 히트를 하지 않았어도 많은 팬들을 거느리지 않은 뮤지션이라고 해도 적극발굴하고 이에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합보다는 창조적 재해석으로 가야하는데 단지 복고에 빠지거나 추억 팔이에 나서는 것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어떻게 보면 한국대중음악사를 새롭게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음악 통사라기보다는 재발견을 통해 다양한 실험적인 곡들의 창작사일 것이다.

특히 아까운 음악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음악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면이 있을 것이다. 가치 평가의 배경이나 논리, 이유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것이 대중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 풀어주어야 할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뮤지션들이나 전문가들은 좋을 수 있지만 일반 팬들에게는 다른 느낌으로 전해질 수 있다. 여전히 리메이크 과정에서도 그러한 노래에 대한 팬들의 느낌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참여적 과정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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