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로 전염되는 자궁경부암, 예방 소홀히 하다간?

입력 2015-09-24 10:02
직장인 김세아(28) 씨는 몇 달간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허리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결혼을 앞둔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이라 생각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 이후에 통증이 더 심해지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기 어려워진데다 간혹 소변에 피가 비치기 시작하자 겁이 난 세아씨는 병원에서 급히 검사를 받았다. 아직 20대인 세아씨는 놀랍게도 자궁경부암 초기 판정을 받았다. 세아씨처럼 젊고 출산 경력이 없는 경우에는 자궁 질환에 무심하기 쉽지만 최근 성 생활 시작 시기가 빨라진 만큼 20대부터 아무런 증상이 없어도 3년마다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고 예방 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필요하다.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이하 HPV, Human Papilloma Virus)는 DNA바이러스의 일종이다. 190여종 이상의 HPV 중 40종 이상이 사람 점막 표면에 감염을 일으키는데 그 중 HPV 16형과 18형이 자궁경부암 발생 원인의 약 70%를 차지한다. 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라서 자신과는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전 세계 인구 2명 중 1명이 감염에 노출돼 있는 흔한 바이러스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암 진단을 받은 세아씨처럼 최근 2030대 자궁경부암 환자의 증가 원인을 주로 국내 청소년의 빠른 성경험 시작 시기로 보는 견해가 많다. 교육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국내 성경험을 시작한 중고생 3,4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첫 성경험 연령은 2005년 13.6세로 조사된 이후 8년간 13.6세~13.9세 사이를 오르내리다 2013년 12.8세를 기록했다. 성별로는 남학생은 12.7세, 여학생은 13.0세였다.





첫 성경험 나이가 빨라지면서 젊은 여성의 HPV감염률도 함께 높아졌다. 최근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18-79세 우리나라 여성 6만 775명을 대상으로 HPV감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연령 중 18세에서 29세 사이 여성의 HPV감염률은 49.9%로 나타났으며 전체 HPV감염률은 34.2%에 달했다. 국립암센터 최신 자료에서도 자궁경부암 전체 발생률 중 20대 진단 환자의 점유율은 1999년 27%에서 2012년 63%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곧 엄마가 될 젊은 여성이라면 HPV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예방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임산부가 HPV에 감염되어 있는 경우 출산 시 태아에게 바로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수 있다. 최근 국내 196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HPV에 감염된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 중 약 22%가 같은 유형의 HPV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돼 산모에게서 태아로의 수직감염 사례가 입증됐다. 영아에게 HPV가 수직감염 된 경우 재발성 호흡기 유두종증이라는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몇 개월마다 반복적인 수술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괴로운 질환이다.





HPV는 여성의 자궁경부암 뿐만 아니라 남녀 모두의 생식기사마귀와 같은 성매개 질환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데 체액으로는 전파되지 않으며 주로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흔히 콘돔을 사용하면 예방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HPV는 콘돔을 착용해도 100% 예방할 수 없다. 성 생활 파트너 중 남성이 HPV에 감염되어 있는 경우 전염을 통해 여성이 자궁경부암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남성도 HPV 예방과 관리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