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송환된 이태원 살인사건 용의자 아더 존 패터슨(36)의 수사와 재판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고(故) 조중필(당시 22세)씨가 살해된 1997년 4월 3일 사건 현장에 있던 에드워드 리와 아더 존 패터슨은 어떻게 살인 혐의를 벗어났을까.
17년 전 판결문에 인용된 수사기록을 보면 이들은 범행 직후 친구들에게 "우리가 어떤 친구의 목을 칼로 찔렀다. 재미로 그랬다"고 말했다.
당시 에드워드 리는 검찰 조사에서 "패터슨과 옛날에 추방된 형들이 아리랑치기를 하던 이야기를 하던 중 장난으로 '여기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웃기겠지'라고 하니까 눈을 똑바로 뜨고 접어진 칼을 오른손에 쥐고 '가자'고 해서 장난인 줄 알고 '한 번 해봐라'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화장실에 따라 들어갔는데, 패터슨은 진담으로 알아듣고 사람을 찔러 죽이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또 패터슨의 여자친구는 경찰 조사에서 "(에드워드 리가) 싸움을 하는 말과 사람을 죽이는 말, 그리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마약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았다. 리가 '나가서 아무나 칼로 찔러봐라, 빨리 나가서 누군가 쑤셔버려라'는 말을 했는데 패터슨에게 직접적으로 말한 것이 아니나, 그런 말은 리와 패터슨이 많이 했다"고 진술했다.
군 범죄수사대 수사관도 "목격자인 다른 친구들 2명을 조사하니 리가 패터슨에게 한번 찔러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하더라"라고 증언했다.
이 수사관은 패터슨이 범행 무렵에 이태원 등지에서 대마초 등의 마약을 복용했다고 진술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수사기록에는 리가 사건 직후 같은 건물 4층에 기다리던 친구들에게 웃으며 "우리가 어떤 친구의 목을 칼로 찔렀다. 재미로 그랬다"고 했다가 친구들이 1층으로 가 현장을 보고 "네가 죽였지?"라고 다그치자 "난 아니야"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패터슨은 사건 직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범행에 쓰인 칼을 하수구에 버리고 인근 호텔에서 여자친구와 다른 친구들을 만났는데 한 친구가 '누가 그런 짓을 했느냐, 어떻게 된거냐'고 묻자 "내가 한국남자의 몸을 칼로 찔렀다. 한국인이 쳐다보고 손을 휘둘러 그를 찔렀다. 그 다음은 다 아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패터슨은 피묻은 신발을 이 호텔 보관함에 숨긴 뒤 미군 범죄수사단에 체포됐다.
대법원은 "리는 범행 직후부터 자신의 실행을 적극 부인하면서도 범행 자체를 숨기려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패터슨은 모두들 그의 범행이라고 믿고 있는데도 자신의 범행이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은 채 범행에 사용된 칼이나 피묻은 옷 등의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적이 크게 대조돼 리의 단독범행이라는 패터슨 진술의 신빙성이 크게 의심된다"고 했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