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살뉴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 독단과 혁신의 경계

입력 2015-09-22 18:15
수정 2015-09-28 12:29


한화투자증권이 주진형 대표의 임기를 6개월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새 대표를 내정했다. 경질설이 나돈 지 2주 만이다. 한화그룹은 재빠르게 경영기획실 부사장을 후임자로 정하고 조기 투입하기 위한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한화그룹이 주진형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자리를 유지해주기로 했다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해임된 게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 왜 '구원투수'로 등판한 주진형 대표는 그룹에 '미운 오리'로 전락해버린 것일까.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013년 9월 주진형 대표 취임 이후 내우외환을 겪었다. '구조조정의 달인' 이라는 업계에서 얻은 별칭답게 주 대표는 취임과 함께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350명이 회사를 나갔다.

이후 주 대표는 고객중심의 경영을 내세우며 잇따른 혁신안을 내놓았다. 지난해 3월에는 투자자 보호라는 리서치 역할을 강조하며 매수리포트 일색인 증권가에 매도리포트 바람을 일으켰다. 개인 실적을 위해 고객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개인 성과급 제도도 폐지했다. 올해 6월에는 주식투자등급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업에 대한 투자 등급을 투자자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에겐 반길만한 소식이었지만, 주 대표의 강도 높은 개혁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 직원들은 한화투자증권을 떠나야만했다. 증권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리서치 인력도 절반 이상 줄었다.

외부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다. 증권가에선 '매도' 의견을 안 내고 싶어서 안 내는 게 아니라는 원성이 여기저기서 들렸고, 고위험 종목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불만을 표했다.

그렇다고 주 대표의 개혁안이 꼭 논란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열린 주주총회를 열어 주주총회의 문턱을 낮추고 사내편집국을 신설해 어려운 보고서를 쉽게 바꾸려는 노력은 가히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출산휴가 확대나 복장 규정 폐지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몸살을 앓고 있는 한화투자증권을 그룹도 보고만 있을 순 없었던 모양이다. 특히 그룹의 '심기'를 건드린 게 경질설의 불씨를 지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에 대한 매도 리포트를 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삼성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그룹 측은 난감해 했다. 급기야는 이와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그룹의 압력을 받은 게 아니냐는 질문도 받았다. 주 대표도 크게 부인하진 않았다.

그룹은 그런 주 대표에게 연임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내렸다. 사실상 물러나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주 대표는 그룹에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측은 이에 그룹 부사장을 후임으로 보내기 위한 주주총회를 열겠다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11월에 주총이 열리고 후임이 결정되면 주 대표가 임기를 마치는 3월까지 업무 인수인계를 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이 시나리오대로 주 대표가 임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진형 대표의 마지막은 혁신의 최후라기보다는 독단의 최후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