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소비자 10명 중 4명가량이 저도수 소주를 접하면서 음주량이 과거보다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단체인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 7월 20대 이상 성인 남녀 270명(남 130명, 여 14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22일 밝혔다. 소비자연맹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의 공동 주최로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다.
설문조사에 응한 270명 중 23%(62명)는 저도수 소주를 마시면서 음주량이 '약간 늘었다', 14.4%(39명)는 '많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은 42%가 '저도수 소주를 마신 뒤 음주량이 늘었다'고 응답, 남성(34%)보다 저도수 소주 '열풍'에 따른 음주량 증가가 더 뚜렷했다.
저도수 소주가 인기를 끌면서 술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가장 흔히 받은 영향은 '(술값) 지출이 늘었다'(14.1%)였다. 이어 '다음날 숙취로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다'(12.2%), '음주 시간이 길어졌다'(8.2%), '술자리가 많아졌다'(5.9%) 순이었다.
간담회에서 발제를 한 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소주가 순해지면서 음주량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며 "저도수 소주의 유행으로 소비자의 술값 부담도 확실히 늘어났다"고 풀이했다.
조사에 참여한 술 소비자가 저도수 소주를 살 때 첫 번째 선택 기준은 술 맛과 병 디자인이었다(53%). 주변 친구의 추천(32.6%), 브랜드(5.2%), 페이스북ㆍ인스타그램 등 SNS(4.4%), TVㆍ라디오ㆍ인터넷 등의 광고(3.3%), 전단지(1.5%)를 보고 저도수 소주를 골라 구입한다는 응답이 그 뒤를 따랐다.
저도수 소주엔 소주의 주 원료인 주정이 일반소주에 비해 덜 들어가게 마련이다. 저도수 소주의 가격이 일반소주보다 저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그래서다. 하지만 술 소비자는 가격 문제에 대해선 그리 예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의 32.2%만이 '저도수 소주 가격이 (일반소주보다) 싸야 한다'고 응답, '(가격은) 상관없다'(39.3%)와 '저도수 소주에 별도의 첨가물이 들어 있어 싸지 않아도 된다'(16.3%)고 응답한 비율보다 낮았다.
이번 조사에서 술 소비자의 65.9%는 저도수 소주를 '도수가 낮은 소주', 21.5%는 '소주와 병 모양이 동일하지만 소주가 아닌 칵테일', 8.5%는 '소주와 같은 술'로 인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술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저도수 소주에 대해'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만족하는 이유론 '술이지만 맛이 있어서'(38.9%), '마시기 편하면서 술처럼 취해서'(20.4%), '알코올 냄새가 나지 않아서'(14.1%) 등을 꼽았다. 불만족 이유론 '달아서'(23.3%), '음료수 같아서'(14.1%), '취하지 않아서'(6.3%) 등이 거론됐다.
정 사무총장은 "저도수 소주를 앞으로도 계속 이용하겠다는 소비자는 27.4%에 불과했다"며 "저도수 소주의 인기가 계속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