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새드무비’를 통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던 9살 꼬마는 어느덧 10년차 배우가 됐다. 여전히 그는 19살 고등학생이지만 작품 속 그의 모습에선 고등학생의 앳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여느 성인 배우 못지않게 때로는 그이상의 연기 내공을 보여주며 여진구는 아역배우가 아닌 당당히 주연배우로 성장했다.
주연을 맡은 영화 ‘서부전선’에서도 여진구의 내공은 확실히 빛났다. 북한군 병사 역할을 맡은 그는 상대 배우 설경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영화를 이끌었다. 설경구와 여진구의 나이차는 29살. 아버지보다 큰아버지뻘에 가깝다는 두 사람은 나이차가 무색할 만큼 완벽 호흡을 보여줬다.
“초반에 설경구 선배님과 한다고 들었을 때 좀 막막했다. 내가 재미를 느꼈던 부분은 욕하고 때리는 부분이었는데 그게 이제 상대가 설경구 선배님이니까 막막한 게 컸는데 처음 뵙던 날에 선배님이 적으로 생각하고 편하게 때리고 욕하라고 하시면서 선배님이라 하지 말고 형님이라 부르라 하실 정도로 정말 잘해 주셨다. 정말 큰 형님이라 생각하며 편하게 촬영 했다”
◆ 진지하기만 할 것 같던 여진구의 코믹연기
중저음의 보이스로 항상 진지할 것 만 같던 여진구가 달라졌다. '서부전선'을 통해 그간의 이미지를 깨고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저 굵은 목소리로 코믹연기?' 상상이 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의외로 성공적이었다. “관객분들이나 많은 분들에게 처음 보여드리는 모습인 만큼 걱정이 되긴 했었다. 나도 처음 하는 연기이다 보니까 감이 안 섰다. 더 과장해야하나 싶은 장면도 있었고 너무 과장했나 싶은 장면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밝은 역할이 욕심이 났던 이유는 정말 그냥 밝은 역할을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부담이 덜 했던 것은 나랑 닮은 캐릭터였다는 점이다. 촬영하면서도 많은 분들이 재밌게 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었고, 내가 연기를 잘했을까가 걱정이었다. 그래도 내 걱정보다는 잘 나온 것 같아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여진구는 “코미디에 대한 로망이 있다. 배우라면 어느 정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상황들이기도 하고, 무겁고 진지한 영화도 끌림이 강하지만 코미디도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다”라면서도 “예능은 힘들다. 보는 건 좋은데 한다고 생각하면 어렵다. 만약 출연한다면 예전부터 좋아했던 ‘무한도전’이나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예체능’에 출연하고 싶다”고 밝혔다.
◆ “군대에 대한 로망? 짬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있다”
어찌보면 여진구의 10대 시절 마지막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서부전선’, 그는 따뜻함이 담겨 있는 전쟁영화였기 때문에 이 작품이 더 끌렸다고 밝혔다. “‘태극기 휘말리며’나 ‘고지전’같은 정통 전쟁영화는 아직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중에 군대 좀 다녀오고 제대로 문화에 대해 적응을 했을 때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누나들 '은팔치 철컹철컹'하게 만드는 마냥 10대 일 것 같은 여진구는 어느덧 커서 군대 로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젠 제법 잘 어울린다. “계급에 따른 권력행사. ‘짬’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있다. 계급이 높아져서 밑에 있는 친구들을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보다 그게 왜 당연시하게 여겨질까라는 호기심이 크다. ‘내가 만약에 계급이 높아지면 챙겨줘야지’하는 반박 심리가 생기다보니까 호기심이 생긴 것 같다”
◆ 연기자 여진구가 아닌 10대 여진구
어린 나이부터 사회생활(?)을 해서 일까. '진구 오빠'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여진구는 인터뷰 내내 다소 진지해 보였다. “인터뷰할 때는 이상하게 진지해진다. 주변 친구들은 내가 이상한 거 다 안다.(웃음) 주변 친구들은 내가 드라마나 인터뷰에 나오면 낯간지러워 못 보겠다고 한다”
여느 10대와 마찬가지로 여진구의 취미는 친구들을 만나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 것. 하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올드한 노래를 좋아한단다. 그가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는 곡은 이문세, 김동률, 박효신의 노래. “노래 속에 감정이 들어가 있는 게 좋다. 그분들의 경험이 노래를 통해 전달되는 것 같다. 듣고 있으면 가슴도 아프다” 첫 사랑을 아직 안 해봤는데 이별부분이 이해가 가냐는 물음에 “주로 이별노래라서 이별의 고통은 알겠는데 풋풋한 감정은 아직 어색하다”며 웃었다.
앞서 많은 인터뷰에서 여진구는 연애 경험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누나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며 '진구오빠'라는 수식어 까지 얻은 그를 또래 친구들이 가만이 뒀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는 “가만히 두더라고요. 이상하게...”라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중학교 때는 운동과 친구들과 노는 것에 빠져있었고, 고등학교 올라와서는 이성친구들과 동떨어진 곳(남고)에 진학을 해서 또래 여자친구들 보면 어렵다. 눈도 못 쳐다보겠고, 우리랑은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 같다”며 쑥스러워 했다.
누구나 한 번 쯤 경험해 봤을 입시의 떨림. 19살 여진구는 현재 수시 결과 발표를 기다리며 그 떨림을 경험중이다. 이미 진로가 정해져 있는 또래 연예인들은 대학을 안가는 추세들이지만 그는 달랐다. “어렸을 때부터 대학에 가고 싶었다. 대학문화가 궁금했다. 놓치기에 아쉬운 경험인 것 같다”며 “원서 넣는 게 이렇게 떨린 일인지 몰랐다. 넣을 때 틀린 게 없나 10번은 확인한 것 같다. 원서 사진 찍을 때도 그렇게 카메라 앞에 많이 서봤는데 표정이 계속 굳었다. 재밌었다. 대학은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 “이유 있는 악역을 해보고 싶다”
아직은 어린 나이. 해본 역할 보다 해보지 못한 역할들이 더 많다. 그 중 여진구가 가장 해보고 싶은 역할은 조커 같은 설득력 있는 악역. 강아지같은 선한 눈매의 여진구에게 악역이 어울리까? 싶지만 한편으로는 여진구라면 가능할 것 같다. 탁월한 연기력을 갖추고 있으니.
“영화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맡은 조태오 보다 더 못된 악역을 하고 싶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를 보면서 처음으로 악역에 매력을 느꼈다. 내가 생각하기에 아인형이 맡은 조태오 같은 경우는 조커에 비해 감정적인 인물 같다. 그런데 조커는 악의 대한 부분이 논리적이다. 이유 있는 악역을 해보고 싶다. 내가 연기한 악역을 봐주신 분들이 공감하실 수 있을만한 제대로 된 논리를 갖추고 그 안에서 행동하는 건데 너무 나쁜 그런 역을 만나고 싶다”(사진=제이너스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부전선'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