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질환의 대항마, 백신은 어떻게 바이러스를 막아낼까?

입력 2015-09-18 16:35
모든 생명체는 외부 침입자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면역체계라 불리는 방어시스템이 있어 바이러스에 대항해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고등동물이나 인체는 몸에서 항체를 생산하는 매우 강력한 면역 반응을 가지고 있다. 항체란 특정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단백질로 바이러스가 감지되면 다른 면역세포들에게 신속한 중화반응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각 항체는 바이러스의 특정한 자리와 결합하여 감염의 악화를 저지한다.

사람의 몸이 처음부터 항체를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는다. 위험에 처했을 때 그에 대한 대처 반응으로 항체가 형성된다. 일종의 경험으로 인한 학습반응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수두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지만 한 번 수두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이후엔 항체가 형성되어 수두에 감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바이러스 전체를 소멸시킬 만한 항체가 형성되기 전에 바이러스가 퍼지면 항체는 손 쓸 틈도 없이 바이러스에 패하게 된다. 만약 바이러스보다 먼저 충분한 항체가 형성되면 이후 인체는 해당 바이러스에 대해 안전한 요새를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백신은 이러한 항체 형성 과정을 이용한다. 미리 독성이 약한 바이러스를 체내에 주입해 미리 몸이 해당 바이러스에 대해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약한 병사 바이러스를 통해 연습게임을 경험한 인체는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마련하는 법을 알게 되어 진짜 바이러스가 체내에 유입되었을 때 빠르고 효과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낼 수 있다.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에 메르스까지 각종 감염질환이 최근 10여년간 전 세계를 들쑤셨다. 자연스레 감염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백신에 시선이 몰렸다. 몇 년 전부터 개발이 진행되던 에볼라 백신은 현재 임상 시험 중이고 메르스 백신 개발 논의는 이제 시작하는 걸음마 단계다.

그렇다면 이미 백신이 개발되어 예방 가능한 질병에는 뭐가 있을까? 우선 암을 예방하는 첫 백신으로 유명세를 탄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이하 HPV) 백신을 꼽을 수 있다. HPV는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원인 바이러스로 전 세계 남녀 인구 두 명 중 한 명 꼴로 감염이 될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다.

최근 신체적으로 미성숙한 나이에 성 생활을 시작하는 비율이 증가하면서 자궁경부 상피세포가 HPV에 빨리 노출되어 35세 미만 자궁경부암 환자의 발생률은 1990-2년 6%에서 2005-06년 11.3%로 증가한데다 특히 0~19세 여성의 자궁경부암 진료비는 224%나 늘어났다. 또 HPV 6형과 11형이 원인이 되는 생식기사마귀 역시 2030대 환자가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발병률은 지난 13년간 6.4배 늘어나 성 매개 질환 중 빠른 증가폭을 보이고 있다. 남녀 모두에게 접종이 가능해 성 생활 상대방간의 HPV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4가 HPV백신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주요 HPV 16형과 18형과 함께 생식기 사마귀를 일으키는 6형과 11형의 감염을 모두 예방한다.

출산의 고통보다 심하다는 대상포진 역시 예방 백신이 있다. 대상포진은 급성기와 만성기 모두에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병으로 우리가 평생 경험하는 통증 중에서도 아주 심한 통증으로 분류된다. 대상포진은 수두바이러스를 앓았던 사람의 신경근에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화되면 바이러스가 증식해 신경을 따라 피부로 다시 발병한다.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한번 발병했을 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뇌 신경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주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특히 고령자 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국내에서 접종할 수 있는 대상포진 백신은 접종 후 10년 동안 대상포진에 걸릴 확률을 51~70% 줄여주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폐렴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인한 입원이나 사망률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50대 이상의 성인에서의 폐렴구균백신에 대한 관심도 높다. 세균성 폐렴의 주 원인인 폐렴구균은 건강한 상태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독감이나 메르스와 같은 바이러스가 침투해 인체 면역력이 약해지면 폐렴구균성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주로 폐렴을 비롯하여 균혈증, 패혈증, 수막염 등 침습성 감염질환을 유발하며, 혈액이나 뇌수막에 침투할 경우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한다. 23가 폐렴구균백신은 접종 시 균혈증을 동반하는 폐렴구균 감염증의 85~90%정도를 예방할 수 있고 폐렴으로 인한 입원률과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돼 노인 등 고위험군의 적극적인 접종이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