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편. '투 트랙' 움직임이 뚜렷한 달러화…한국 증시 어떻게 되나?

입력 2015-09-14 13:43
'투 트랙' 움직임이 뚜렷한 달러화…한국 증시 어떻게 되나?

국제외환시장에 미국 금리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한 올해 2분기 이후 미국 달러화는 '투 트랙(two track)' 움직임이 뚜렷하다. 유로, 파운드, 엔,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으로 구성된 달러 인덱스는 올해 3월 중순 '100.5'에서 최근에는 '95' 내외로 떨어졌다.

하지만 중국 위안, 한국 원 등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어 대조적이다. 엄격히 따진다면 금리인상 가능성 등 미국측에서도 원인을 제공하고 있지만 신흥국 자체적으로 더 많은 원인을 제공하고 있어 '달러 강세'라기보다는 '신흥국 통화 약세'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와 예측기관들은 '투 트랙'의 달러 가치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아직도 완전치 못해 선진국 통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부분 수출지향적인 신흥국들은 추세적으로 세계교역 위축과 중국 경기둔화 등으로 종전처럼 빠른 경기회복과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기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신흥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외자 이탈세가 '2차 테이퍼 텐트럼 현상'으로 악화될 것인가 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테이퍼 텐트럼'이란 미국 등 중심국의 통화정책 상에 작은 변화에도 신흥국에게는 의외로 큰 타격을 주는 '긴급 발작' 현상으로 일종의 '나비 효과'를 말한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단지표 등으로 '2차 테이퍼 텐트럼'이 발생할 가능성을 점검해 보면 이번에도 신흥국별 차별화가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화보유에 비해 경상적자와 재정적자가 심한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 공화국, 러시아, 멕시코, 콜롬비아 등은 고위험국으로 분류된다.

우리 경제는 장기간 부진에서 회복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분기별 1% 이하의 저성장 흐름이 2010년 1분기 이후 지속되고 GDP갭도 여전히 마이너스 국면이다. 민간소비가 부진하고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작년 11월 이후 0% 대가 지속되고 있고 통화승수, 통화유통속도 등 경제활력지표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상징성이 높은 수출은 △세계교역과 성장세 둔화 △중국 경기 둔화 △기업경쟁력 악화 △원화 강세 등의 요인이 맞물리면서 올들어 8개월 연속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8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무려 14.7%나 급감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 성장률이 6%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수출감소세가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와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요인도 복잡하다. 중국 경기둔화, 미국 금리인상 우려 등 대외요인에다 여야 갈등, 각 단체(노조 포함)의 이기주의 등 대내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변수를 통제변수와 행태변수로 나뉠 때 통제 가능하지 행태변수가 많아 한국 경제 앞날을 더 어둡게 한다.

올해 한국 경제는 작년보다 부진한 성장률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여름 휴가철 끝난 이후 발표한 대내외 예측기관들의 수정 전망치를 보면 대부분 3% 밑으로 떨어진 가운데 일부 기관들은 2% 초반대까지 예상했다. 특히 경기둔화에도 올해 경상수지흑자가 1000억 달러(GDP대비 7%)에 가까운 '불황형 흑자'가 한국 경제를 짓누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 시점에서 경기부진이 단순히 대외변수나 남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을 만큼 한국 경제가 처한 여건이 심각하다. 가장 절실한 것은 우리 경제주체들이 모두 한국 경제가 처한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다시 힘을 모우는 길이다. 지금처럼 정책당국과 국회의 주도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국민이 스스로 나선다면 그보다 좋은 방안은 없다.

최경환 경제팀이 경기를 부양할 때 이런 정책여건을 감안해야 한다. '절벽(Cliff)'이란 용어까지 등장하는 한국 경제를 풀기 위해 한 발 물러서서 현 상황을 면밀히 따져보면 의외로 쉽게 정책수단을 가져갈 수 있다. 즉, 4대 거시경제 변수 중 기형적인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강세를 초래해 성장과 물가, 고용을 떨어뜨리는 악순환 고리가 발견된다.

일부에서 "시장개입으로 원화 강세를 약세로 돌려놓으면 되지 않느냐"는 시각이 많으나 우리의 경우 이 방안은 쉽지 않다. 200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회담에서 대규모 경상수지흑자국(GDP대비 4% 이상)은 원천적으로 시장개입을 할 수 없도록 우리가 주도가 돼 합의해 놓았기 때문이다. 합의 당시에는 국제수지 불균형 해소와 글로벌 환율전쟁 방지 차원에서 커다란 성과로 평가받았지만 GDP대비한 경상수지 흑자비율은 독일을 제치고 세계 모든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정도로 우리가 이 굴레에 걸려 있다. 올해 우리 경상수지흑자규모는 GDP대비 7%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보다 높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국제약속 때문에 앞으로 원화 약세 유도를 위한 인위적인 시장개입이 어렵다면 우리 경제를 왜곡시키는 대규모 불황형 경상수지흑자를 해결해야 한다. 올해 6월까지 이 정책이 나오지 않음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1080원 중심선으로 상하 50원 내외에서 움직이는 국내 외환시장의 기본 틀이 유지됐다. 국내 기업도 종전처럼 이 틀 내에서 원화 환율을 예측하고 외화를 운용하면 큰 무리가 없었던 때다.

원천 면에서 앞으로 대규모 경상수지흑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적다면 운용 면에서 해외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국내 외환시장에 들어오는 달러 물량을 줄여야 한다. 다행히 우리 외환당국이 올해 6월말 규제완화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와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해외투자 활성화 정책을 발표한 이후 지난 2년간 적정수준 1080원 중심선으로 상하 50원 내외에서 움직여 왔던 원·달러 환율이 올해 7월 이후 1150원 이상으로 상승했다. 그후 중국 인민은행의 세 차례에 걸친 위안화 평가절하와 미국 금리인상 우려와 맞물리면서 1200원대로 추가 상승했다.

앞으로 재정과 통화 면에서 부양책이 쉽지 않은 정책여건 하에서 날로 침체해 가는 한국 경제에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원화 환율을 충분히 끌어 올리는 길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와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를 활성화시켜 불황형 경상수지흑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당국의 이런 정책이 나오면 국내 기업은 앞으로 원화 환율을 올려 잡아 외화를 운용할 것을 권한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 이후 원화 환율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때에는 외화를 '평균환율 수준'으로 운용하기보다는 '적정환율을 중심으로 한 환율 변동성 관리'에 치중해야 할 때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