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술을 먹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 숨졌어도 '상해사망'으로 인정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상해사망이란 급격하고, 우연한, 신체 외부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몸에 손상을 입고 숨진 경우로 질병으로 인한 사망과는 구분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윤강열 부장판사)는 최근 숨진 A(57)씨의 유족이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3년 1월 어느 날 오전 자택 욕조 안에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샤워기는 틀어져 있었고 욕조엔 손을 넣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운 물이 넘쳐 흘렀다.
평소 만취하면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자는 습관이 있었던 고인은 사망 전날에도 혼자 소주를 마셨다고 한다.
외부 침입 흔적이나 외상도 없었고 지병 또한 없었다.
유족은 보험사에 "뜨거운 물이 담긴 욕조에서 잠을 자다 혈액순환 장애로 돌연사했으므로 상해사망 보험금 1억1천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부검을 하지 않아 음주 여부나 사망원인을 알 수 없으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고 유족이 결국 소송을 냈던 것.
재판부는 2년간의 심리 끝에 "A씨가 만취해 자기통제력이 부족한 상태로 뜨거운 물 속에서 장시간 목욕하다 잠들어
저혈압 또는 부정맥으로 숨졌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A씨가 정상적인 인지력과 자각력을 갖췄다면 매우 뜨거운 물에 장시간 있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
그가 만취 상태였던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술을 마시고 고온의 목욕탕에 장시간 방치될 경우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되며
이때문에 심혈관 질환이 없는 사람도 급사의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의 사망은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의 직접 결과"라며
보험금에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더해 유족에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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