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호 미탑승자 거짓말이 희생자 키웠다…누리꾼 '부글부글'

입력 2015-09-07 14:28
수정 2015-09-07 14:40


제주 추자도 낚시어선 '돌고래호' 전복 사고의 해경 초동조치가 늦어진데는 승선원 명부에 이름은 올랐지만 실제 탑승은 하지 않았던 한 낚시꾼의 거짓말이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연락두절' 신고를 받은 해경이 승선원 명부에 오른 탑승자들을 대상으로 확인 전화를 하는 과정에서 승선하지도 않은 낚시꾼이 '돌고래호를 타고 잘 가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돌고래호 사고 당일인 5일 돌고래호(9.77t·해남 선적)와 같은 시각 전남 해남군 남성항으로 가기 위해 추자항(상추자)을 출항한 돌고래1호(5.16t·해남 선적)는 날씨가 좋지 않자 추자항으로 돌아왔다.

추자항에 도착한 돌고래1호 선장 정모(41)씨는 8시쯤 추자항 추자출장소를 찾아 입항신고를 했다.

정 선장은 입항신고를 하면서 해경에 "돌고래호 선장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말을 흘렸다.

그러나 연락두절에 대한 정식 신고를 한 것은 아니었다.

추자도 주변에는 전화가 터지지 않는 지역이 많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 선장은 입항신고를 한 뒤 출장소를 나와 계속해서 돌고래호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역시 연락이 닿지 않자 8시 40분쯤 동료 선장 등과함께 해경을 찾아 "(돌고래호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항적기록을 보자"며 정식으로 신고했다.

해경은 V-PASS를 통해 돌고래호의 위치신호가 5일 오후 7시 38분쯤 추자도 예초리(하추자) 북동쪽 500m 해상에서 마지막으로 잡힌 것을 확인했다.

추자출장소는 상추자도 신양항에 있는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에 보고했고, 해경은 승선원 명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순서대로 연락을 하며 확인하기 시작했다.

마침 A씨가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애초 돌고래호에 승선하기로 돼 있어 승선원 명부에 이름이 올랐지만 실제는 배에 타지 않고 해남에 남아 있던 사람이었다.

해경의 연락을 받은 A씨는 "돌고래호를 타고 해남 쪽으로 잘 가고 있다. 괜찮다"고 거짓 대답을 했다.

A씨는 (자신이) 승선원명부에 이름을 올려놓고도 배에 타지 않았기 때문에 혹 승선원명부 허위 기재 등 이유로 돌고래호 선장에게 불이익이 갈까 봐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다.

A씨의 말을 믿은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는 돌고래호가 사고가 난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 A씨의 대화 내용을 추자출장소에 통보했다.

그러나 해경은 만일에 대비해 다시 승선원 명부에 오른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같은 시각 A씨 역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고래1호 선장인 정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문제가 있음을 예감한 뒤 뒤늦게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에 자신이 배에 타지 않은 사실을 알렸다.

해경은 이날 9시 3분쯤 제주해양경비안전서 상황실에 신고했고, 즉각 민간인 자율선박 5척을 동원해 정밀검색에 들어갔다.

추자도 예초리 해상에서 마지막 V-PASS 신호가 잡힌 오후 7시 38분 이후 1시간 20여분이 지난 뒤였다.

상황을 바로잡기에는 너무나 늦은 시각이었다.

허술하게 작성된 승선원 명단, 낚시꾼의 거짓 대답과 악천후 속에서 V-PASS 모니터링과 다각적인 확인 체크를 소홀히 한 해경 등 여러 복합적 상황이 이번 돌고래호 사고에서 큰 인명 피해를 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 돌고래호 사고 수사본부는 승선원 명단이 허술하게 작성된 경위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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