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김연아 이어 손연재? 통신사광고, 스타에겐 쥐약인가

입력 2015-09-03 09:00
수정 2015-09-04 00:09
▲ ‘미디어 노출 현상’에 따른 피로증 우려를 낳고 있는 김연아와 손연재(사진 = 한국경제TV 와우스포츠)

몇 년 전 국악 아이돌 송소희가 민요 창법으로 통신사 광고에 등장했을 때 누구나 파격이라고 느낄만 했다. 보통 음악이 팝송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팝송이란 인기 있는 대중음악을 말한다. 그런데 송소희는 이런 현대 인기 송 형식이 아니라 민요 창법을 들고 나왔다.

가장 첨단을 달린다는 통신사 서비스 광고에 전통적이라는 음악 창법을 들고 나왔으니 어울리지 않아보인다. 더구나 복장은 한복이었고 손에는 부채를 들고 배경은 한옥이었다. 낯설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신선했다. 다른 곳에서는 시도하지 않았으니 차별성도 있었다.

무엇보다 송소희는 새로운 얼굴 축(뉴페이스)에 속했기 때문에 낡은 이미지가 덜했다. 즉, 광고 캐스팅의 원칙 가운데 하나인 참신성이 평가기준이 됐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악플이 붙기 시작했고, 비난의 목소리도 많았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그것은 송소희 개인보다는 통신사 광고의 무차별적인 물량 공세에 원인이 있었다. 각종 매체에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것이 통신사 광고이다. 이런 방식은 반복효과를 통해 각인효과를 낳을 수 있다. 돈이 허락한다면 이런 방식을 어느 기업이라도 시도하고 싶다.

하지만 신선했던 국악창법의 송소희 광고는 사이드 이펙트를 낳고 있었다. 더구나 민요창법의 CM송은 매우 하이톤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반복적으로 등장할 때 귀에 거슬렸을 수도 있다.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지 그것이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에게 노출될 때 ‘미디어 이미지의 피로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배우 류승룡에게서도 나타났다. 류승룡은 비교적 신선한 얼굴로 떠오르는 스타였다. 영화의 경우, 4-5개의 출연 작품이 연이어 모두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말부터 징조가 보이더니 2015년 류승룡은 어려움에 처했다. 이른바 변심 논란에 휩싸였고, 그의 출연 작품 '손님'은 흥행에서 참패했다.

물론 작품 자체가 공포 스릴러 형식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대중적 흥행을 논하는 일은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 즉 스타파워로 감당할 수 없는 점이 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련의 변심논란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를 제공했다. 영화 ‘손님’의 개봉에 맞춰 그는 변심 논란에 대한 입장까지 밝혀야 했다.

사실 그 변심 논란의 진원지는 사실 류승룡 본인의 행위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그 진원지는 통신사 광고라고 추측되기 때문이다. 류승룡도 어느 날 갑자기 통신사 광고 모델로 등극, 각종 매체와 시도 때도 없이 등장했다. 영상만이 아니라 거리 광고 포스터부터 신문 잡지 인터넷 매체를 가리지 않고 등장했다. 하지만 그의 등장은 본인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사의 의도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반복적인 광고는 브랜드에 대한 각인은 일으키지만, 그 출연 모델에 대해서는 반감을 능히 갖게 만들 수 있다. 참신함이나 신선함도 이러한 반복성 때문에 떨어지고 만다. 또한 잘나가는 스타에게는 반발심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즉 통신사 광고 등의 출연료는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을 때 어느 순간 광고를 통해 돈을 많이 버는 존재로 고착된다. 일종의 문화 권력자로 비쳐진다. 따라서 반감이 생기게 된다.

또한 공유의 비극 현상도 있다. 인기가 없을 때는 좋아하는 사람이 없지만, 인기가 증가하면서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기존의 팬들도 이탈할 수 있다. 즉 자신만이 좋아하는 스타가 너무 많이 남발되고 소비되는 현상을 좋게 보지 않게 된다. 더구나 광고에서도 이런 점은 흠결이 될 수도 있다. 광고 출연자는 희소성과 참신성에 토대를 두고 있으니 말이다. 상당기간은 광고계에 노출된다. 하지만 이미 대중적인 지지는 이반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은 김연아에게서도 발생한 바가 있다. 수익의 다변화 차원에서는 당연히 다수의 광고에 출연하는 것이 맞아 보이지만, 그것의 반복은 필연적으로 반감을 낳는다. 역시 그것은 본인의 언행과는 관계없이 일어나는 미디어 노출 효과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광고에 다수 출연하는 것이 상업적이기 때문에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보는 사람들이 질리고 피로해하는 것이다. 또한 공유의 스타가 될 때 아우라가 사라지는 탈색 효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최근 손연재가 많은 광고에 노출되고 있는 현상은 우려스러울 수 있다. 광고 출연의 원칙은 잘 보이지 않는다. 유사금융에서 실생활까지 넘나든다. 그것은 참신성과 신선함을 갉아먹는 노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영의 묘가 필요한 것이다.

만약 현재 통신사 광고에 출연하고 있는 유해진이 류승룡과 같이 대규모 물량 공세로 미디어에 노출된다면 생명력을 다하게 될지 모른다. 이는 가장 많은 천만관객 영화에 출연한 오달수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호감 있는 배우라며 무차별적으로 미디어 광고에 등장할 때 그 역효과를 주의해야 한다.

오늘날 대중문화에서 절대적인 스타십은 존재할 수 없는 것, 그것이 현대 사회이다. 이런 상황에서 절대적인 스타파워에 의존해야 하는 통신사 광고 노출은 쥐약이 될 수 있다. 겉으로는 매우 달콤한 음식처럼 보이지만 막상 그것을 삼키고 보면 치명적인 독을 가지고 있으며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들이건 유명인이건 통신사 광고 출연에는 좀 스마트한 매니지먼트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이는 디지털 다매체 시대 광고 모델의 고민이기도 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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