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올 상반기 청년실업 문제가 사상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청년들이 이렇게 취업하기 어렵다는데 아예 기업들한테 청년채용을 법으로 강제하면 안되냐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당연히 청년고용은 법으로 정할 수 없다는 입장도 나옵니다. 어떤 게 맞을까요? 한번 알아봤습니다.
<앵커> 청년고용을 아예 법으로 정하면 안될까 하는 생각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텐데, 실제 그런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요?
<기자> 국회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여당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청년고용을 의무화하자라는 주장들을 많이 제기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달 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대기업이 보유중인 사내유보금 1%만 풀어도 월 200만원을 받는 청년일자리 30만개가 쏟아질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현재 대기업들이 투자에 쓰지 않고 모아둔 사내 유보금만 7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이 되고 있는데,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에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거죠.
<앵커> 710조원이라니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인데, 이중 일부만 기업들이 청년을 채용하는 데 써도 청년실업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거로군요. 그러니까 기업들이 채용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강제하자 이런 주장인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은 공공부문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비슷한 주장을 내놨는데요. 공공부문의 경우에는 청년고용할당제라고 해서, 해마다 전체정원의 3%씩을 청년으로 채용하는 제도가 운영중에 있거든요. 실제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서 지난해에만 1만4천명의 청년채용을 새롭게 이끌어냈습니다. 이걸 민간영역에 대해서도 한시적으로 도입해서 청년고용재앙을 해결하자는 게 은 의원의 설명입니다. 더 나아가서 청년고용의무제의 할당비율을 지금의 3%에서 5%로 확대해야 한다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청년채용을 법제화 하는게 공공부문에서는 확실히 성과를 봤다는 얘기군요.
<기자> 비슷한 주장을 정의당에서 역시 제기하고 있습니다. 지난달말 정의당에서도 청년일자리 확대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문을 내놨죠. 10대재벌 사내유보금이 2009년 288조원에서 2013년말에 522조원으로, 또 올 1분기말에는 601조원으로 급증했다고 하거든요. 여기서 재벌이 보유한 사내유보금 1%만 투자하면 6조원이 나오는데, 이 6조원이면 3천만원짜리 일자리 20만개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주장입니다.
<앵커> 전체적으로 야당쪽의 의견을 들어보면 청년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서 기업들이 나서줘야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해보이는데, 문제는 방법이겠죠. 청년고용할당제를 공공기관에 도입하듯이 민간에도 도입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지. 또 공공기관에 도입한 청년고용할당제는 정말 성과가 있는건지 살펴봐야 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실 청년고용할당제라는 것도 지키지 않았을 때 실질적으로 받는 불이익이 크지 않다보니 공공기관들 역시 잘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정부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4곳 가운데 1곳은 청년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체 정부공공기관 270개중 45개소가, 또 지방공기업 121개중 55개소가 청년 채용기준인 3%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또 공기업 10곳과 지방공기업 27곳은 신규채용을 하긴 했는데 청년은 한명도 뽑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기서 청년은 만 34세 이하를 말합니다. 그럼에도 그나마 전년과 비교해서는 전체적으로 청년고용률이 높아지는 양상이었습니다. 전년과 비교해 공공기관은 1.3%, 지방공기업은 1.6% 각각 청년고용률이 증가했습니다.
<앵커> 청년고용할당제가 도입되고 나서 약간씩은 청년고용이 개선되는 효과로 나타나고는 있다는 얘기로군요. 야당이 민간에도 할당제를 도입하자고 하는데, 그렇지만 역시 반대론도 있겠죠?
<기자> 당장 정부가 민간에 청년고용을 의무화 하는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일단 공공기관과 민간은 엄연히 영역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는데요. 공공기관은 세금에 의해서 운영되고 수행할 수 있는 직무가 각기 정해져있기 때문에 청년채용을 할당하면서도 계획적으로 운용해나갈 수 있습니다. 실제 그래서 할당을 안했을 때는 절반정도가 정원의 3%이상을 신규채용을 했다면, 할당을 하면서 이게 75%수준까지 높아진 겁니다.
<앵커> 그렇지만 민간기업들은 수행할 직무가 따로 정해져 있지가 않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민간은 일단 업종별로도 그렇고 기업에 따라서 상황이 다 다릅니다. 가령 요즘 조선업이 위기라는 말을 많이 하죠. 이런 조선업종은 신규채용은커녕 기존 직원들도 유지하기가 힘든 형편인데, 자칫 고용할당제가 이런 기업들에게 경영난을 더 가중시키는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그렇네요. 업종도 그렇고, 또 개별기업마다 계획이라는게 있을 수 있잖아요. 올해는 퇴직자가 적어서 직원이 조금 적게 필요한데 내년에는 조금 많이 필요하다랄지. 이런 기업들의 사정도 고려해줘야 할 필요성이 있겠군요.
<기자> 그렇죠. 실제 해외에서 이렇게 청년고용할당제를 시행했다가 실패한 나라가 있습니다. 벨기에는 지난 2000년에 ‘로제타플랜’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 전체 근로자의 3%에 해당하는 인원을 청년층으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벨기에 정부는 이 사업에 예산 1천300억원을 쏟아부었는데요. 결과가 어떻게 됐냐, 이를 통해 만들어진 청년일자리의 1/3이상이 질 낮은 일자리로 고용됐습니다. 결국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로 벨기에는 이 정책을 4년만에 포기하게 됩니다.
<앵커> 법을 통한 무조건적인 강제는 오히려 청년들의 고용여건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라는 점을 알려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군요. 우리는 또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잘 해나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어쨌거나 기업 유보금이 많은 것이 사실이고, 이를 통해 청년채용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한 셈인데요. 대안은 뭐가 있을까요?
<기자> 정부는 기업 유보금 600조원이라는게 결국 상당부분 공장이나 건물과 같이 묶여 있는 부분이 많고, 실제 현금화 할 수 있는 유보금은 200조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청년 채용으로 이끌어내느냐 하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죠. 무엇보다 기업들이 자선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결국에는 뭔가 새로운 이익을 기대해볼 수 있는, 성장성을 기대해볼만한 ‘투자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고 나선다면 당연히 새로운 인력도 필요하게 될테고, 그에 맞춰 청년고용도 함께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오겠죠. 이를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개선이라든지, 새로운 산업과 아이디어를 육성한다든지 하는 노력들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결국 청년 채용이 나라 경제를 살리지만, 또 나라 경제구조가 개선이 되어야 청년 채용이 늘어나는, 그러니까 청년채용과 나라경제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민간기업에 청년고용할당제, 무턱대고 법제화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점, 하지만 기업들의 유보금을 청년일자리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잘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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