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한 5위 싸움을 진행 중인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사진 = 방송 캡처)
기형적인 제도를 만든 KBO. 아마 이들은 지금 누구보다도 만족스러운 웃음을 띄울 것이다.
치열한 1-2위 싸움 못지않게 주목을 받는 5위 싸움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경기력이라면 5위 주인은 거의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시즌 막판 경기는 텅빈 야구장의 김빠진 경기가 아니라 연일 많은 관중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다.
KBO는 웃고 있겠지만 정작 그라운드에 나서는 이들은 오늘의 이익보다 내일의 손해가 더 크게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프로야구 발전을 가로막는 제도임에 틀림없다.
최근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트레이드는 드문 일이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서로 필요에 의해 주력 선수를 제외한 트레이드들이 발생하는 편이지만 아직도 트레이드는 각 구단이 꺼려한다. 설령 한쪽이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해도 상대는 여전히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에 트레이드가 활발히 이뤄질 가능성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내 리그는 이런 틀이 왜 깨지지 않을까? 단순히 부메랑 효과와 트레이드의 결과가 손해 쪽으로 결론 났을 때 발생할 후폭풍 때문에 구단들이 주저하는 것일까? 물론 일정부분 맞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국내 리그의 제도에 있다.
과거 8개 구단 체제 시절로 보면 무려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출전하게 됐다. 따라서 한 시즌 부진해도 좋은 외국인 선수 영입하고 기존의 주력 선수들의 부상만 없다면 언제든 반격이 가능했다. 결국 감독들은 가을 티켓만 얻어내면 자리 보존을 할 수 있는 구조에서 과감한 트레이드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구단들의 인식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더 문제였다.
또한 많은 이들이 ‘리빌딩’을 과감하게 언급을 한다. 그런데 과연 한국 프로야구에서 리빌딩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위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어느 팀이든 새로운 사령탑이 부임하면 리빌딩을 언급하지만 국내리그 제도라면 리빌딩 없이도 언제든 성적을 낼 수 있다. 이유는 역시 제도 때문이다.
8개팀 가운데 4팀이 가을 야구에 진출하고 4강 안에만 입성하면 적어도 감독이 자리 때문에 걱정을 해야 할 일은 없다. 물론 4강 이상의 성적을 내고도 팀을 떠난 이들도 있었지만 드문 일이다.
이런 풍토 속에서 리빌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승부에 집착하고 현실만 바라본다고 일부 지도자들을 비판한다. 그러나 그들로 하여금 현실과 현재만 바라보게 만든 제도 속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올 시즌은 어떤가? 10개 구단 가운데 무려 5개 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다. 이런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팀이 하위권을 유지한다고 해서 장기적인 리빌딩을 하는 팀도 없고, 과감한 트레이드를 하는 일도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똑같다. 리빌딩을 외치는 팀들을 잘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당장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젊은 선수를 육성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정작 내년 시즌이 시작되면 그 젊은 선수들의 기회는 거의 없다. 또한 초반 기회를 주다가 성적을 내지 못하면 라인업은 어느새 기존의 주력 선수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감독들은 한결같이 “우리 팀의 미래다. 차근차근 육성하겠다”를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이렇게 만든 것은 과연 감독들의 욕심일까? 그에 앞서 기형적인 구조가 만든 발상이라는 것은 결코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 안타깝지만 현재 5위 경쟁을 하는 팀들 가운데 성적을 내야할 만큼 좋은 전력을 갖춘 팀은 거의 없다. 오히려 미래를 위한 팀을 설계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올 시즌 신설된 와일드카드 제도.
단일 리그로 치러지는 한국 리그에서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제도가 필요한 것일까? 상위 4팀과 신생 구단 kt를 제외하면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는 현실.
과연 이것이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제도일까? 야구를 모르는 이들이 만들어낸 졸작이라면 야구인들이라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