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칼럼] 스포츠정책, 생활체육 활성화가 답이다

입력 2015-08-30 17:17
수정 2015-08-31 14:38


[한국경제TV 와우스타=김상진 칼럼니스트] 요즘 퇴근 무렵의 지하철에서는 이어폰을 꼽고 스마트폰으로 프로야구를 시청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프로 스포츠의 도입과 흥행으로 일상적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층이 넓어져 가고 있지만,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엘리트 스포츠의 관람에 치우친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쏠림은 스포츠에 대한 관심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비만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갖가지 질병은 늘어가는 아이러니 상황을 만드는 주범인 것이다.

국제대회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엘리트 스포츠는 우리시대의 스포츠를 “하는 것”이 아닌 “보는 것”으로 몰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당연히 엘리트 스포츠의 수준만큼 국민 건강 수준이 개선되었다고 보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스포츠 정책의 목적은 국민의 건강증진에 있다고 하겠다. 당연히 생활체육의 저변이 확대되어 엘리트 체육이 강화되는 선순환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상황은 매우 허약한 기반에 덩치만 비정상적으로 커진 모양세인 것이다.

그렇다면 생활체육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 해결해야할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 동호회나 클럽의 체계적인 육성이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인구 대비 생활체육동호인 비율은 스위스나 독일 등 스포츠 선진국의 30~5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본다. 우리 광진구 생활체육회의 현황을 보아도 자체추산 250여개 동호회에 1만3천여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마저 종목별 연합회에서 주장하는 추상적이고 일방적인 숫자를 인용한 것으로 실제 각 종목별 동호회가 어떤 상황인지 지원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초적인 자료조사도 불비한 상황이다. 이를 각급 생활체육회의 책임으로 넘길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체계적인 지원과 육성의 장기플랜 하에 현황 파악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일회적이 아닌 지속적인 스포츠 활동은 클럽이나 동호회 등의 조직화를 통해 가능하다. 생활체육 지도자의 체계적 양성과 재교육으로 연령대별 종목별 체계적인 지도와 동호회 육성이 병행된다면 생활체육의 저변이 급속도로 단단해 질 것이다.

둘째, 체육 시설 및 공간의 확충과 접근성이 제고 되어야 한다.

생활체육의 선진국인 독일의 경우 1960년대 15년간의 골든플랜을 통해 생활체육을 통한 국민건강을 도모했다. 그 주요 사업으로 걸어서 5분 이내 체육시설에 도달할 수 있도록 체육시설의 확충에 힘썼다.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스포츠에 대한 피상적 욕구를 현실화한다는 점을 간파, 구체적 대책을 세운 예이다.

예를 들어 인구 37만 광진구의 2/3 규모인 독일 서부 아헨 (25만)의 경우 하키장, 승마장 등 특정 종목은 논외로 하고, 종합체육관만도 76개에 13개의 종합 체조실, 14개의 잔디구장, 31개의 테니스장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엘리트 중심으로 운용되는 대형 종합체육관이 아닌 작더라도 생활체육에 적합한 다수의 근거리 체육시설을 갖추려 노력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체육시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교 체육시설의 개방율을 높이고, 유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등 체육 공간확보의 현실적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성별, 연령별 현실적인 생활체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생활체육은 조기축구회, 산악회 등 특정 종목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보급 프로그램의 경우 개발과 보급에 있어 현실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국민의 성장단계와 운동능력, 취향에 따라 다양해져 가는 운동욕구를 충족하려면 다양한 생활체육 프로그램의 개발은 필수이다. 프로그램의 다양화가 운동 인구증가와 대중화의 척도임을 감안, 현실적인 프로그램의 개발 보급에 체계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넷째, 위에 언급한 생활체육 동호회 (클럽)의 육성, 생활체육시설 확충,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등의 구체적 과제를 현실화하는 재원의 확보이다.

선진국의 경우 전체 예산 중 최소 1% 이상은 체육예산으로 배정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 예산은 일반회계 기준으로는 전체 예산 376조 중 약 0.036%인 1천3백40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주로 스포츠토토로 조성되는 국민체육진흥기금을 더해야 겨우 0.34% 수준인 1조3천억원 가량이 된다. 기본 인프라가 잘 조성되어 있지 못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하면 선진국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더구나 전체 스포츠 관련 예산 약 1조3천억 중 2/3인 8천6백억은 소수 엘리트 스포츠 진흥에 사용되고, 약 4천3백억 가량만 생활체육 부문에 투자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스포츠 예산의 대부분을 생활체육에 투자하는 스포츠 선진국과 격차가 생기는 이유이다.

오웬, 루니로 이어지는 잉글랜드 발 축구천재 출현 소식은 그들의 선천적인 운동능력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 ‘동네축구’인 24부리그에서 시작해 피라미드식으로 구축된 ‘선의의 경쟁을 통한 승강의 사다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의 특출함이 아닌 저변과 시스템이 천재를 만드는 것이다.

(사진= 김상진 건국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