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건강할 때 난자와 정자를 미리 채취해 냉동 보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중에 자연임신이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려는 목적이다. 인류가 오랜 시간과 비용을 쏟아 개척한 미지의 영역은 세계적인 조명을 받으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상용화됐지만, 해양 생물들에겐 이미 오래 전부터 하나의 생존수단이었다.
SEA LIFE 부산아쿠아리움 내 흑점얼룩상어(학명 Chiloscyllium punctatum; Brownbanded bamboo shark, Black banded cat shark)는 암컷 또는 수컷이 함께 다니거나 마주칠 일이 드물 정도로 ‘외로운 생활’을 한다. 평소 야생에서 무리생활을 하지 않는 이들은, 수컷을 만났을 때 미리 정자를 받아 체내 속에서 보관해뒀다가, '원하는 시기'가 되면 안전한 장소에 수정을 하여 알을 낳는다.
'정자 저장' 능력은 뱀이나 곤충과 같은 척추동물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교배방식이지만, 흑점얼룩상어는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정자를 몸 속에 보존해 '원하는 시기'에 번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연구진은 흑점얼룩상어가 약 4년여 시간 동안 출산의 적정시기를 기다리며 몸 안에 수컷의 정자를 저장해둔 사례를 발견하기도 했다.
흑점얼룩상어는 흑점얼룩상어는 알에서 부화 후 17cm 정도의 길이를 가진다. 몸은 황갈색 바탕에 8∼9줄의 암갈색 가로띠가 몸 전체를 가로지르고 있으며, 머리와 몸의 앞 부분에는 여러 개의 작은 암갈색 점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새끼 때는 이름처럼 흑백의 줄무늬가 뚜렷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며 갈색이 된다.
흑점얼룩상어는 태평양 서부(일본 남부에서 호주 북부), 인도양의 열대 및 아열대 해역에 주로 서식한다. 몸길이는 최대 105cm까지 자라는데, 다른 상어들보다 훨씬 몸집이 작은 탓에 바다를 누비고 다니는 큰 상어들과 달리, 바위색과 모래색에 가까운 보호색을 띄며 산호초와 모래구덩이에 숨어서 산다.
작은 몸집으로 애완용으로도 많이 사랑 받고 있는 흑점얼룩상어는 낮이면 햇빛을 피해 그늘을 찾아 다닐 정도로 예민하다. 주로 새우, 가리비, 오징어,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사는데, 이들에게 먹이를 줄 때는 한 입 크기로 맞춰 주지않으면 다시 뱉어낸다. 특히, 새끼 흑점얼룩상어가 입맛을 잃었을 땐 먹이에 맛을 첨가해서 줘야 흥미를 가지고 잘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EA LIFE 부산아쿠아리움 소속 김동현 아쿠아리스트는 “최근 급변하는 생태계와 환경오염 때문에 25년에 이르렀던 흑점얼룩상어의 최대 수명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오늘 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도 이들을 위기근접종(NT)으로 분류하고 있는 만큼 해양 생태계 보호에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