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희 "'아름다운 나의신부', 회초리 같은 작품"

입력 2015-08-14 11:22
수정 2015-08-19 15:46


“‘야경꾼일지’가 아픈 손가락이었다면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회초리 같은 작품이에요. 따갑고 아프기는 했지만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줬어요. 아름다운 나의 선택이었죠.”

배우 고성희는 최근 종영한 OCN 감성액션 드라마 ‘아름다운 나의 신부’에서 시청자들의 감정을 200% 몰입, 새벽 감성을 끌어올리며 깊은 감정의 여운으로 주영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극 중에서는 강인해보였던 고성희지만 실제로 만난 그녀는 솔직하고 살가우며 인터뷰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배우였다.

고성희는 드라마 데뷔작인 ‘미스코리아’부터 주연작인 ‘야경꾼일지’, ‘스파이’에 이어 네 번째 TV 작품인 ‘아름다운 나의 신부’까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캐릭터의 여주인공으로 사랑 받으며 극을 마무리했다. 가능성과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았다면 이런 행운도 없었을 것이다.

“드라마가 끝났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나요.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내가 꿈꿔온 배우라는 일을 조금은 더 할 수 있겠구나’라는 안도감도 있고, 또 그만큼 어려움도 커졌죠.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가져야하는 책임감에 대해서도 더 많이 생각하게 됐고요.”



그녀가 연기한 여주인공 윤주영은 김도형(김무열)의 첫사랑이자 약혼녀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도형을 어둠의 세계로 이끈다.

“윤주영 캐릭터가 너무 어려웠어요. 힘들고 도망치고 싶었던 적도 있었어요. 주영을 연기하면서 많이 침체되어 있었죠. 그래서 쉬는 날에도 집 밖에 나가지 않고 혼자 있다 울기도 했어요.”

고성희는 극중 ‘감성-액션-드라마’를 모두 잡은 연기로 시청자들을 마지막 순간까지 사로잡은 데 이어 극 끝에 해피엔딩을 맞으며 ‘신멜로의 여신’에 등극, 주말을 설레게 한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종영을 더욱 빛냈다.

“해야 할 게 정말 많았던 작품이에요. 저로서는 조금은 덜 완성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런 작품을 만나 조금 더 완벽하게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큰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좋은 이야기만 해주시고, 응원도 많이 보내주셨지만, 스스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죠.”

‘아름다운 나의 신부’의 주영은 극 흐름에 따라 10대의 풋풋했던 모습부터 팜므파탈의 여인에서 청순한 여자친구 그리고 다크한 카리스마의 사채업자까지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주영의 이 같은 성장 과정은 캐릭터를 맞춤형 옷으로 갈아입은 고성희의 열연 덕에 한층 완성도 있게 그려졌다. 한 인물에 다채로운 색을 입히며 팔색조 매력으로 변화하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연기한다는 게 저로서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극의 흐름에 따라 캐릭터의 감정 기복도 컸는데,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거든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촬영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매 순간 변화하면서도 주영이 잃지 않은 감정은 도형을 향한 사랑으로 고성희는 첫사랑의 순수함, 행복한 사랑의 설렘 그리고 가슴 아픈 사랑의 절절함까지 멜로의 중심을 잃지 않고 극을 이끌어 극의 몰입도를 고조시켰다. 매회 여운을 더하며 행복한 결말에는 감동까지 느껴지게 만들었다.

“극 초반 김도형의 지고지순함에 이해가 안 갈 정도였어요. 하지만 김도형의 로맨스가 얼마나 절절한 것인지 연기하면서 가슴에 와 닿았어요. 저는 주영이 만큼 여리 여리하고 청순하지는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다른 여자들과 비슷해요. 시작은 방어적이지만 마음을 먹으면 직진하는 스타일이죠. 지금은 사랑을 못하게 되면서 일이 우선이 됐어요. 일에 대한 욕심이 커요.”

촬영장 에피소드를 묻자 입가에 미소부터 떠오른다. 고생스러웠던 순간들만큼이나 추억도 쌓였을 테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들과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났다.

“화재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촬영이 하루가 늘어났거든요. ‘야경꾼일지’ 때 팔에 화상을 입어 트라우마가 생겨 두려움이 컸어요. ‘한 번에 가야지’하는 생각 밖에는 없었어요. 순간적으로 피하기는 했는데, 머리가 탔어요. 그리고 맞는 장면도 많아 이제는 요령이 생겼어요. 열심히 맞고 그 감정을 상대방에게 있는 그대로 표현했죠.”

고성희에게 이번 작품이 각별하게 다가오는 또 다른 이유 하나. 바로 사람들이다.

“팀워크가 굉장히 좋았어요. 연일 이어진 강행군으로 체력적인 부침이 있었지만, 그로 인해 스태프들이나 배우들 간에 돈독해진 계기가 됐거든요. (김)무열 오빠가 고생을 많이 했고, (이)승연 선배님은 혼자 힘들었을 때 도움이 됐어요.”



그녀는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품을 많이 팔았다. 고등학교 시절 CF 모델 활동을 시작하면서 처음 연기에 흥미를 갖게 됐다. 배우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부모님을 설득, 대학도 연기예술학과로 진학했다.

“고3때 광고로 데뷔했어요. 근데 스틸 컷은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연기가 배워보고 싶었어요. 특별히 롤모델은 없어요. 연기자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저만의 매력을 확실히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요.”

인터뷰 내내 고성희는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힘들어도 재미있는 게 연기라는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것은 그녀에게 연기자로써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동안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감사한 부분이죠. ‘독특한 매력과 에너지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유지하고 싶은 부분이에요. 작품이 끝나기 전에 대표님을 쪼는 편인데, 처음으로 다음 작품에 대한 조급함이 없어요. 오히려 저를 채우고 기다려야 함을 깨달았어요. 2015년을 정신없이 달려왔네요. 단단해진 게 느껴져요. 하반기에도 현명한 선택을 해야겠죠.”

(사진 = 스튜디오 아리 이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