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위' 대형펀드 9개 불과…7년새 4분의 1로 줄어
- 2007년 정부의 해외펀드 활성화 대책으로 '펀드활황'
- 정부대책 종료·세계 금융위기로 하락세
조 단위 몸집을 유지하고 있는 펀드의 수가 최근 7년 사이에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자산운용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와 채권형펀드,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하고 운용자금이 1조원 이상인 초대형 펀드 수는 현재 9개로, 2008년의 34개에 크게 못미친다.
운용자금 1조원 이상의 초대형 펀드는 2007년 27개에서 2008년 34개로 급증했다가 ▲ 2009년 28개 ▲ 2010년 16개 ▲ 2011년 18개 ▲ 2012년 15개 ▲2013년 12개 로 줄어든 뒤 계속 사라지는 추세다.
펀드시장이 최대 호황을 누리던 2008년에는 수탁고 1조원 이상 펀드가 국내 펀드 19개, 해외 펀드 15개였다.
특히 해외 펀드는 2007년 정부의 해외펀드 활성화 방안과 적립식 투자의 유행으로 시장 자금을 빠른 속도로 빨아들였다. 수조원의 자금이 몰린 슈로더브릭스와 봉쥬르차이나, 차이나솔로몬 등의 펀드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1조원 이상의 초대형 해외 펀드는 해외 펀드 활성화 방안이 종료되고 세계 금융위기 풍파를 겪으면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실제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2008년 32조3천74억원까지 치솟았다가 지난달 말 기준 16조원대로 반 토막이 났다.
또 당시 1조원 이상에서 최대 5조원 가까운 자금이 몰린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 3억만들기, 인사이트 등의 초대형 국내 주식형과 혼합형 펀드들의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현재 운영자금 1조원 이상인 초대형 펀드로는 국내 펀드만 9개 남았고 해외 펀드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 중 2004~2007년 기간에 출시돼 10년 안팎 각종 풍상을 견딘 펀드가 7개로 집계됐다.
2007년 4월에 설정된 신영밸류고배당펀드가 운영자금이 2조9천881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이보다 1년여 앞선 2006년 1월에 출시된 KB퇴직연금배당40증권자펀드(채권혼합)는 설정액이 1조7천95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다.
교보악사파워인덱스펀드 규모는 1조6천655억원으로 세 번째로 크고 2006년 4월에 설정된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1'의 운용규모는 1조5천942억원 수준이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펀드2(1조4천229억원)와 KB밸류포커스증권자펀드(1조3천982억원),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펀드1(1조164억원) 등 순으로 규모가 크다.
2013년과 작년에 출시된 펀드 중에선 주식형인 '메리츠코리아펀드1'(1조2천522억원)과 채권혼합형인 'KB가치배당40증권자펀드'(1조1천492억원)만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5년 간 누적 수익률을 보면 KB밸류포커스증권자펀드(주식)가 110.84%로 가장 높다.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1(주식)(모) 83.10%, 신영밸류고배당펀드 79.24%, KB퇴직연금배당40증권자펀드(채권혼합) 68.06%의 순서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10년 간 국내 펀드시장이 심한 부침을 겪으면서 펀드도 오랜 기간 건재한 수준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며 "양호한 수익률을 내면서 위험관리 능력이 탁월한 펀드가 장기간 생명력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