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만화축제] 유은혜 “수업시간에 몰래 만화 보다가 혼나기도 했죠”

입력 2015-08-08 11:26
수정 2015-08-13 16:24
▲ ‘만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의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사진 = 유은혜 의원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원장 오재록)과 한국경제TV 와우스포츠는 12일부터 16일까지 부천시(시장 김만수) 일대에서 열리는 제18회 부천국제만화축제(위원장 박재동)를 앞두고 ‘만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의 인터뷰를 게재한다.

이번 부천국제만화축제는 ‘만화! 70+30’이라는 주제로 광복 70주년을 맞아 앞으로 30년 동안 만화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조망하게 되며, 다양한 해외전시콘텐츠와 4D 영화, 김풍 작가 등이 참여하는 토크쇼, 특설코너 2개관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편집자 주)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책상 밑에 숨겨보던 만화책 생각이 납니다. 캔디, 베르사이유의 장미 같은 만화책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다가 선생님께 들키면 꾸지람도 듣고… 돌이켜보니 저도 어릴 때부터 만화를 참 가까이 하고 지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중 두 번째 인터뷰이로 나선 ‘키다리아줌마’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7일 한국경제TV 와우스포츠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몰래 읽던 만화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만화산업의 발전과 만화콘텐츠의 활용방안에 대한 질문에 거듭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유 의원은 만화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신인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 확대 △될성부른 떡잎을 잘 키워주는 인큐베이션 역할 강화 △작가들을 위한 기본적인 복지 방안 제공 등을 제안하고, ‘원피스’ ‘마블’ ‘둘리’ 등의 사례를 들어 ‘OMSU(원 소스 멀티 유즈)’ 콘텐츠에 가장 적합한 만화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과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하 인터뷰 전문

Q. 그동안 만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의 주요 멤버로서 우리나라 만화문화와 만화산업의 현실을 지켜봐오셨을 텐데, 최근 들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까지 만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만화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정책적 제안을 하신다면.

이미 만화는 문화의 한 분야이자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2005년 4362억원 정도였던 만화시장 규모는 2012년 7582억원으로 약 두 배 가량 성장했습니다. 만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역시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 가야할 길이 멉니다. 만화 본연의 역할은 물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합니다.

첫 번째로 신인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장이 더 넓어져야 합니다. 대형 포털사이트들을 중심으로 예전에 비해 많은 기회가 생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장르에 과감한 시도를 하는 작가들도 보다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합니다. 만화를 선보일 플랫폼에 웹툰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될성부른 떡잎을 잘 키워주는 인큐베이션 역할을 잘 해줘야 합니다.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등에서도 만화발전사업을 진행 중인데, 좋은 아이디어와 작품들이 빛을 못 보고 사장되는 일이 없도록 끊임없는 발굴과 지원을 동시에 펼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들에 대한 기본 복지가 밑바탕 돼야 합니다. 전반적인 문화·예술계가 그렇지만, 만화계 역시 대부분의 작가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입니다. 현실에 부딪혀 꿈이 좌절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복지를 위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봅니다.

Q. 만화는 ‘OMSU(one-source multi-use)’에 적합한 재료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만화의 영화화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화 콘텐츠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만화는 ‘원 소스 멀티 유즈’ 콘텐츠로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영상화 판권이 팔린 작품은 총73편, 그 중 영화, 드라마, 공연 등으로 방영된 작품은 총50편입니다. 그만큼 스토리와 기획력이 탄탄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일본의 인기 만화 ‘원피스’는 1997년 처음 발표된 이래 지금까지 캐릭터, 게임, 애니메이션, 테마파크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마블’ 캐릭터들 역시 끊임없이 형태를 바꿔가며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83년부터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둘리’라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이제 만화도 기획 단계부터 다른 분야로의 확장을 염두에 둘 필요성이 있습니다. 또 이를 위한 교육과 지원도 병행돼야 할 것입니다.

Q. 최근 ‘미생’이나 ‘송곳’처럼 사회문제를 다룬 웹툰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현실이 투영된, 또 현실 비판적인 만화에 독자들이 열광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만화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상상력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미생’이 다룬 청년 실업과 직장 생활, ‘송곳’이 말하는 비정규직과 노조 문제는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입니다. 그 현실을 비춤으로써 공감대와 함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도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겠지요.

또 굳이 사회적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이른바 ‘생활 웹툰’으로 불리는 웹툰들 역시 우리 일상의 희로애락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만화가 국민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도, 비뚤어진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의지를 모으는 동아줄의 역할을 해줬으면 합니다.

Q. 자녀분들의 만화 관련 에피소드나 의원님의 어린 시절 만화와 관련된 추억이 있으시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누구나 있었을 법한 학창시절 추억인데요,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책상 밑에 숨겨보던 만화책 생각이 납니다. 캔디, 베르사이유의 장미 같은 만화책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다가 선생님께 들키면 꾸지람도 듣고… 돌이켜보니 저도 어릴 때부터 만화를 참 가까이 하고 지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아이들이 보는 만화책을 함께 보기도 하고 했습니다.

Q. 부천국제만화축제가 8월 12일부터 16일까지 개최됩니다.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조언이나 기대, 만화인들에 대한 축하인사를 부탁드립니다.

학창시절 추운 겨울날 뜨끈한 아랫목에서 엎드려 부모님 몰래 보던 만화책에서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 휠을 굴리며 보는 웹툰까지 만화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언제나 즐거움을 주는 만화인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합니다.

▲ 유은혜 의원의 부천국제만화축제 성공 기원(사진 = 유은혜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