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英 75세 女 은퇴 간호사,스위스서 안락사··도대체 왜?

입력 2015-08-03 13:45
간호사 출신의 건강한 영국 70대 여성이 "늙는 것이 끔찍하다"며 안락사를 택함에 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2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지병 없이 건강한 상태이던

런던 북부에 살던 질 패러우(75)가 지난달 21일 스위스의 한 안락사 지원병원에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 간호사 출신으로, 노인 돌보는 법에 대한 2권의 책을 집필하기도 했던 고인은

일터에서 수없이 많은 생을 마감하는 노인들을 보면서 이 같은 말년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죽기 직전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평생 나이든 사람들을 돌보면서 항상 '난 늙지 않겠다. 늙는 것은 재미없다'고 생각해왔다"며

"(늙는다는 것은) 암울하고 슬프다. 대체로 끔찍하다"고 심경을 밝혔다고.

고인은 "내가 이제 막 언덕 꼭대기에 올랐다는 것을 안다. 앞으로 더는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보행기로 길을 막는 늙은이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다"고 심경을 밝혔다고 한다.

누구라도 짐작이 가능하듯 생전 직업이 고인의 생사관에 엄청난 역할을 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고인은 두 달 전 자신의 블로그에서도 죽음을 결심한 이유를 털어놓기도 했다.

"70살이 될 때까지 난 매우 건강하다고 느꼈고 원하는 어떤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으며 여전히 바쁘고 쓸모 있다고 느꼈다"고 기억한 고인은

"그러나 대상포진을 심하게 앓고 난 후에 모든 게 바뀌었다. 비록 지금 건강하지만 내 삶이 다했고 죽을 준비가 됐다고 느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는 것.

고인은 스위스로 가기 전에 두 자녀에게 자신의 결심을 알렸고, 스위스에는 남편과 동행해 라인강변에서 조용히 마지막 만찬을 함께 즐겼다.

장례식 준비도 스스로 모두 마쳤다.

마지막을 함께 한 남편 존은 "질은 몇 년 동안 이를 준비했다"며 "분위기를 너무 감정적이거나 무겁게 만들어서 마지막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늘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하는 안락사 문제는 국가별로 가치관과 절차가 다른 탓에 적지않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안락사가 금지된 영국에서는 최근 질 패러우처럼 안락사와 안락사 지원이 허용된 스위스로 가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2008∼2012년 스위스에서 안락사한 611명 가운데 5분의 1은 영국인이었다고 한다.

지난 5월에는 죽음이 임박하지 않은 영국의 50대 암 환자가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택해 영국내 안락사 논쟁이 재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