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IMDC 2015 대상 권민찬…“무용수로서의 터닝포인트”

입력 2015-07-30 09:48


제6회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이하 KIMDC)의 우승자가 가려졌다. 올해 대상은 ‘Gravity’를 선보인 무용수 권민찬. 권민찬은 제2회 KIMDC에서 이미 대상을 차지한 적 있는 실력파 무용수다. 올해 KIMDC는 총 10개국에서 100여 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함께했다. 지난 대회보다 규모도 명성도 더 커진데다 경쟁도 한층 치열했다. 특히 올해는 대상자를 위한 병역특례 혜택도 새롭게 추가돼 더 이목이 집중됐던 대회이기도 했다. KIMDC와의 인연이 깊은 무용수 권민찬에게는 여러모로 더 남다른 무대일 수밖에 없다. 7월 22일 시상식을 마치고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는 무용수 권민찬과 함께 대화를 나눠봤다.

- 2015 KIMDC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소감이 어떤가

우선 언제나 저의 곁을 지켜주시지만, 제가 필요할 때만 찾는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싶다.(웃음) 그간 2009년 동아무용콩쿠르를 시작으로 2013년과 2014년에 그리스국제무용콩쿠르와 서울국제무용콩쿠르까지 다양하게 참가해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병역특례법(편입요원)에 인정되는 1, 2등의 순위에 들지 못해서 절망적이었다. 이번 대회는 (주)한국무용협회 김복희 이사장님이 애써주신 덕분에 대상 수상을 통해 병역특례 혜택을 얻게 됐다. 정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앞으로 저뿐 아니라 더 많은 무용인에게 이러한 좋은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인터뷰를 통해서라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동안 절박한 상황이라 대회를 준비하면서도 심리적으로 편치 못한 점이 있었다. 제가 정신적 위안을 갖도록 멘토링 해주신 손관중 교수님께도 감사하다. 더불어 작품에 자문을 해주신 여러 선배님께도 감사드리고 싶다. 특히, 전혁진 선배님을 통해 내리사랑을 느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저 또한 후배무용수들을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선배 무용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끝까지 믿어주시고 응원해준 주변 분들에게 감사하다.

- 올해 KIMDC의 대상에게 병역 혜택이 주어졌다. 무용수들 중 병역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대상’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땐 어땠나

일단 먼저 눈물부터 왈칵 났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몸과 마음이 전부 다 힘들었다. 준비해 온 과정이 많이 떠올랐다.



- 이번에 선보인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면?

작품 제목은 ‘Gravity’다. 내 자신이 하나의 뇌파라고 가정했다. 중력과 무중력 상태를 넘나드는 것에 추상적인 의미를 담아 움직임으로서 표현했다. 중간에 뇌파가 보내는 신호들은 여러 가지 손 모양과 사인 등으로 표현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들이 가라앉듯이 결국에는 중력이 잡아당기는 힘에 의해 뇌파가 멈춰지는 콘셉트로 구상했다.

- 작품의 주제는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간 여섯 번 정도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어떠한 노하우나 내공 같은 것이 조금 쌓였었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음악을 선정하기 시작했다. 많은 음악을 들었고, 그중 가장 좋은 음악을 골랐다. 이후 콘셉트를 구상하면서 ‘중력’이라는 주제가 떠올랐다.

- 안무는 어떻게 영감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콩쿠르에 사용한 음악을 200번 가까이 들었다. 음악을 계속 음미하면서 듣다 보면 콘셉트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또 어떻게 춤을 춰야지 음악과 어울리는 움직임들이 나오는지도 생각난다. 그런 식으로 많은 시도 끝에 이번 작품이 만들어지게 됐다.

대회에 사용한 음악을 듣다보면 메트로놈 소리 비슷한 것이 들린다. 병원에 있는 맥박 측정 기계소리처럼 들려서 그 소리를 포인트로 잡았다. 처음에는 코마 상태에 빠진 사람을 생각해 보기도 했고, 일정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가 신호음 같기도 해서 손으로 사인을 보낸다고 생각하며 움직임을 만들었다.

- 본인이 추구하는 춤은 어떠한지

현재의 제 모습은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가지 색깔들을 다양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댄서가 되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만의 색깔이 없어서도 안 된다. 제가 남자무용수치고는 춤을 일찍 시작한 편이다. 1999년에 춤을 추기 시작해 올해로 벌써 16년차다. 그래서인지 자세나 테크닉 등에서 기본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현대무용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고 창작하는 작업이 많다. 어릴 때부터 배워온 기본에 얽매여 있는 성향이 강해서 새로운 안무자를 만났을 때 움직임을 받아들이는 데 비교적 시간이 걸린다. 앞으로는 다양한 안무자들과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싶다. 그러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저만의 색을 만들 수 있는 무용가가 되고 싶다.

- 권민찬 무용수가 생각하는 좋은 무용수는 무엇인가

한 가지만 잘하기보다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연예인들도 만능 엔터테이너지 않나. 다 잘하진 못하더라도 자기 색깔 뿐 아니라 그 이상의 색도 표현해 낼 수 있는 무용수가 됐으면 좋겠다.

오래전 대학교 1학년 전공시간에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이 해주신 적 있다. ‘베스트(Best)가 될래? 온리(Only)가 될래?’ 그때의 저는 ‘베스트’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번 콩쿠르를 통해 대상이라는 베스트가 되어보았으니, 8년이 지난 이제는 ‘온리’로 저만의 색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2011년에 대상, 2014년 은상 등 KIMDC랑 인연이 깊다. 본인에게 KIMDC란 어떤 의미인가

제게 KIMDC란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고 희소성의 가치가 높은 대회다. 제 춤을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대회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올해 제6회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는 제 인생에 있어서 정말 뜻 깊은 대회다. 2011년 제2회 KIMDC에서도 문화부 장관상과 함께 그랑프리(대상)라는 과분한 상을 주셨다. 그때부터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올해는 남자 무용수라면 누구나 동경하고 갈망하는 병역특례 해택을 받을 수 있어 더 감사했다. 무용 인생에 있어서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의미 있는 대회라 생각한다.

사실 올해부터 기존에 병무청에서 인정하던 ‘그리스, 베를린 국제 콩쿠르’가 병역특례 혜택이 없어져 심리적 압박으로 심란한 상황이었다. ‘군대를 가기 싫다’는 것이 아니라 군복무를 하게 되면 무용수로서 받게 되는 데미지가 상당히 크다. 2년을 다녀오면 다시 무용수의 몸으로 돌려놓는데 2년의 시간이 더 걸린다. 총 4년의 시간을 소비해야 하니 부담감이 컸다. 앞으로 34개월 동안 꾸준히 봉사활동과 공연활동을 하면서 문화관광부에 보고를 해야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말처럼 저에게 한줄기의 빛과 같은 소중한 대회다. 앞으로 KIMDC가 더 세계적인 대회로 성장하길 바란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8월 말 국립현대무용단의 베를린 해외공연과 하반기 가림다무용단 공연에 참여하게 될 예정이다. 앞으로 더 기회가 된다면 해외 무대에 진출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안무를 해야 인지도가 올라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대한 댄서로서 다양한 경험들을 쌓은 후 안무에 도전하고 싶다. 향후 10년 동안은 댄서로서의 활동을 바라보고 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색깔의 안무자의 작품에 참여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