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싸나톨로지(thanatology)에서는 죽음의 학문이 곧 삶의 학문이며, 죽음 이후 보다 현재 이 순간의 삶에 더 관심을 가진다. 생명은 마지막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활동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죽음에 다가서는 일' 역시 생명 활동의 일부라고 본다.
질병과 병리학적인 주제에 중심을 두는 현대 의학에서 죽음의 의미는 더 이상 의료행위가 필요하지 않은 생물학적 상태를 뜻한다. 임종을 앞 둔 환자에게 병원이 해 줄 수 있는 일은 신체적인 고통을 덜어주는 일 외에 해 줄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환자의 보호자나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죽어가는 가족을 보며 무력감에 빠져 남은 시간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럽다.
임병식 한국싸나토로지협회 이사장은 "임종환자를 돌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사랑을 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죽어가는 환자나 이를 바라보는 가족들이나 서로에 대한 집착과 사랑 때문에 더 많은 슬픔과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임종환자는 모두 평온함과 품위 있는 마무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평온함은 단순히 죽음의 문제를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 아름다움과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하기 때문에 중요한 요소이다.
싸나톨로지에서는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일이 두 가지 있다고 강조한다. 첫째, 죽어가는 환자에게 자신의 사랑을 전하고 그들을 놓아준다. 환자가 사랑 속에서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사랑을 표현하고,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
둘째, 죽어가는 사람이 어떤 종교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든 간에 죽음의 순간에 성취할 수 있는 영적인 깨달음의 기회를 준비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기도를 하게끔 격려한다.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모든 기능이 정지했다는 인식은 죽어감이 주는 마지막 성장의 기회를 빼앗을 뿐만 아니라 임종환자들의 괴로움과 고통을 수치스럽고 죄책감을 느끼게 해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할 기회조차 앗아간다.
의사들은 환자의 질병 치료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 환자의 내면과 삶의 과정을 간과할 때가 많다. 실제로 환자들은 자신의 존재를 온전한 인간으로 봐주길 바라며 동정의 눈빛이 아니라 살아 있는 보통 사람으로 대해주기를 원한다. 그리고 자신의 남겨진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 자신의 건강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고 싶어 한다.
또, 환자는 자신의 진실한 내면의 눈을 봐주길 바란다.
게슈탈트 심리학 연구자이자 싸나톨로지스트인 크리스틴 롱가커(Christine Longaker)는 "임종환자는 더 이상 감정을 숨길 시간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생명과 만남, 관계의 의미를 확인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죽음 앞에서는 떠나는 자와 보내는 자 모두 괴롭고 슬프다. 죽음이 문턱에 왔는데도 계속 부정하려고만 한다면 환자는 더욱 힘들다. 이 때 싸나톨로지스트(죽음교육 전문가)의 진심어린 기도와 태도는 환자에게 영적 평온함과 용기를 줄 수 있다.
환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는 남겨진 자에게 삶의 의미를 선물로 주고, 보내는 자는 진심어린 기도와 잘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안하고 품위 있는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사진=한국싸나톨로지협회 임병식 이사장)
한국경제TV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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