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어링(layering)’이 진화 중이다. ‘옷 겹쳐 입기’에서 시작된 레이어링 유행이 가방과 액세서리, 향기로까지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과거 레이어링이란 서로 다른 요소들을 섞어서 새로운 멋을 내는 ‘믹스매치(mix&match) 스타일’만을 의미했지만, 요즘엔 같은 요소를 겹겹이 쌓아 고유한 매력을 강조하는 ‘패스트리(pastry) 스타일’도 인기다.
다양한 레이어링을 통해 ‘나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레이어링을 주 콘셉트로 내세운 패션·뷰티 아이템들도 쏟아지고 있다.
★패션과 실용성을 동시에… ‘가방 레이어링’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이하 ‘너사시’)’에서 하지원의 커리어우먼 스타일링이 연일 화제다. 그 중 가방 2개를 같이 착용하는 가방 레이어링 패션은 특히 눈길을 끈다.
하지원은 큰 크로스백과 작은 미니 크로스백을 이중으로 레이어링 하거나, 크로스백을 메고 한 손에는 클러치를 드는 등의 다양한 가방 레이어링 스타일링을 선보인다. 가방 레이어링은 스타일은 물론 실용성까지 살려준다. 자주 꺼내 쓰는 소지품은 작은 가방이나 클러치, 그밖의 물건은 큰 가방에 분류해서 넣으면, 가방 속이 훨씬 깔끔하게 정리될 뿐만 아니라 물건을 꺼낼 때 드는 품을 한결 줄일 수 있다.
하지원이 ‘너사시’ 3회에서 선보인 제이에스티나(JESTINA)의 루나탬버린과 아이리스우노 쇼퍼백을 이용한 레이어링은 특히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세련된 아이리스우노 쇼퍼백과 귀여운 루나탬버린이 어우러지면서 숙녀의 성숙함과 소녀의 발랄함이 동시에 연출됐기 때문이다. 작고 둥근 탬버린백은 가방 레이어링을 처음 시도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아이템이다. 특히, 빨간색 태슬이 포인트인 블랙 컬러의 루나탬버린은 심플하면서도 가벼워 어떤 가방과도 매치가 쉽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빅백에 루나탬버린을 같이 들기만 해도 세련된 가방 레이어링을 완성할 수 있다.
미니백보다 작은 앙증맞은 크기의 마이크로백도 레이어링 아이템으로 인기다. 가장 대표적인 마이크로백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FANDI)의 피카부백이다. 많은 여성들의 위시 리스트인 피카부백은 손바닥 크기의 작은 가방이지만, 독특한 디자인과 화려한 색상으로 스타일에 포인트를 주는 힘이 있다. 다양한 크기의 가방에 태슬 장식처럼 매달고 다녀도 좋고, 탈부착 가능한 숄더 스트랩이 있어 단독으로 메는 것도 가능하다.
★밋밋한 패션을 업그레이드… ‘액세서리 레이어링’
더운 여름, 깊은 네크라인에 소매가 짧은 옷을 입다 보면 목이나 팔이 허전하기 마련이다. 이 때 액세서리 레이어링을 적절히 활용하면, 허전한 부위를 채우는 것은 물론, 밋밋한 패션을 업그레이드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액세서리 레이어링의 매력은 심플하면서도 단조롭지 않은 유니크함에 있다. 기존에는 화려한 액세서리로 시선을 끌었다면, 최근엔 심플한 액세서리를 여러 개 레이어링하는 것이 대세다.
비터스윗 쥬얼스(BITTERSWEET JEWELS)는 동일한 소재의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반지를 여러 손가락에 착용하는 레이어링 스타일을 제안한다. 반지를 여러 손가락에 나눠 껴도 소재의 컨셉이 통일돼 있어 산만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시선을 끌 수 있다. 다양한 색상과 두께의 비터스윗 반지를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매치하면, 보다 매력적인 손을 연출할 수 있다. 레이어링을 통해 손이 가진 단점을 커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연출도 가능하다.
예쁘고 화려한 디자인만이 여성스러운 것은 아니다. 심플한 디자인의 팔찌도 레이어링을 통해 여성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 디엘핀(D.elfin)의 팔찌가 대표적이다. 디엘핀의 팔찌는 장식적인 요소를 최소화한 미니멀한 디자인이 특징이지만, 소재와 색상이 다양해 여러 개를 레이어링하면 결코 단순하지 않은 우아한 여성미가 연출된다. 또한 여러 개의 뱅글 팔찌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려 착용하면 더욱 스타일리시한 레이어링을 완성할 수 있다.
★더 깊게, 더 오래… ‘향기 레이어링’
옷, 가방, 액세서리 등 패션 아이템만이 레이어링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향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향기 레이어링’을 표방하는 뷰티 아이템들도 쏟아지고 있다. 패션에서 믹스매치 레이어링이 인기라면, 뷰티에선 패스트리 레이어링이 대세다. 패스트리 스타일의 향기 레이어링은 전문 프래그런스 브랜드에서 출시한 같거나 다른 향의 여러 제품을 단계별로 사용함으로써 피부에 차곡차곡 향을 쌓는 것을 말한다.
포르투갈의 천연 퍼퓸솝 브랜드 클라우스 포르토(CLAUS PORTO)의 데코 컬렉션은 향기 레이어링 전문 바디 라인이다. 수련, 아이리스·라벤더, 라임·바질 등 18종의 다채로운 천연향 별로 솝바, 리퀴드솝, 바디 워시, 바디 모이스처라이저, 핸드크림, 캔들 등 6종 제품을 갖추고 있다.
18종 향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나만의 시그니처 향의 제품군을 선택해 샤워 전후에 단계 별로 사용하면 된다. 한 가지 제품만 사용했을 때에 비해 향이 더욱 깊고 풍성해진다. 또한 몸 위에 덧뿌리는 향수와 달리, 프래그런스 바디용품은 피부 깊숙이 흡수되기 때문에 잔향이 향수보다 더 오래 유지된다. 샤워 후 시간이 오래 지나 향이 약해지는 느낌이 들 때는 손이나 목 등에 핸드크림을 살짝 덧발라주면 향이 다시 살아난다.
캔들을 사용하면 머무는 공간까지도 나만의 향으로 채울 수 있다. 하루 종일 은은하게 향을 간직하고 싶은 사람과 향수의 강한 향이 부담스러운 사람이 프래그런스 바디용품의 주요 고객이다.
여러 종류의 향을 섞어 하나 뿐인 나만의 향수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기존의 향수를 취향에 맞게 향과 양을 조합해 나만의 향기를 만들어 사용한다. 국내에서 향수 레이어링 문화를 처음 주도한 브랜드는 영국의 대표 향수 브랜드인 조 말론 런던(JO MALONE LONDON)이다. 조 말론의 향수는 서로 향을 보완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층층이 뿌리기에 좋다. 레이어링 방법은 간단하다. 2~3개, 많으면 4~5개의 향을 골라 층을 쌓듯이 하나씩 차례차례 향수를 덧뿌리면 된다.
이 때 다른 계열의 향수를 섞어 사용하면 특별한 느낌을 줄 수 있고, 같은 계열의 향수를 조합하면 풍성하고 자연스러운 향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조 말론의 라임 바질 앤 만다린 코롱은 레이어링에 많이 이용된다. 라임향에 톡 쏘는 바질과 향기로운 백리향이 더해진 발랄한 향으로, 어떤 향과 조합해도 클래식하고 산뜻한 향을 낸다.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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