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는 문제되지 않는다··회사 관리·감독 받으면 근로자<대법원>

입력 2015-07-22 14:46
계약서 상에는 회사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것처럼 기재돼 있더라도

실제로 실적관리와 지휘가 있었다면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실질적인 근로형태가 법적으로 근로자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데 계약서 문구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 신 대법관)는 농협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만들어진 채권추심 회사 농업협동조합자산관리회사에서 일해온

김 모씨 등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전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김 씨 등은 6개월마다 재계약하면서 3∼9년간 이 회사 소속 신분으로 채권추심업무를 했다.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실적에 따른 수수료만 받았지만 회사가 제공한 사무실로 출근, 배정받은 업무를 수행했고, 실적과 출퇴근 상황을 점검받았다.

그러다가 2008년 2월 농업협동조합자산관리회사에서 일하는 채권추심원들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사측은 대책 마련에 나섰고, 계약서 상에 근로자로 인정될 소지가 있는 조항을 차츰 삭제해나갔다.

이에따라 공식적으로는 실적 보고를 받지 않고 직원 교육도 없어지기는 했다.

그러나 사측은 변경된 계약서로 계약을 체결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직원들을 관리감독했다.

김 씨 등은 퇴직금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사측이 계약서를 바꾼 2008년 2월 이후로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자 소송을 냈던 것.

1심은 사측이 계약서를 바꾸고도 여전히 실적관리 등을 해온 점을 고려하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나

2심은 지시감독이 가능한 각종 의무부과 조항 등이 대부분 삭제된 근로계약서를 사용하기 시작한 2008년 6월 이후로는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사측이 이후로도 종전 계약서를 사용하기도 하는 등 회사 스스로 계약서 양식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2008년 6월 이후에도 출퇴근과 업무실적을 계속 관리한 점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