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합병 승인이 났어도 뒷맛은 영 개운치 않은 게 삼성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전방위에 걸쳐 추가 공격을 예고했기 때문인데요.
외국계 투기 자본의 공세로부터 우리 기업들을 지켜낼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임원식 기자입니다.
<기자>
주총 대결에서 삼성에 패한 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엘리엇.
법적 소송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합병 무효'를 이끌어내겠다는 엘리엇의 강한 의지로 풀이됩니다.
특히 주총을 앞두고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한 삼성SDI와 삼성화재 등 다른 삼성 계열사들에 '합병에 찬성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삼성SDI와 삼성화재의 지분도 각각 1%씩 갖고 있는 엘리엇이 향후 이들 회사들이 합병을 지지한 데 대해 배임 행위라며 소송을 걸 여지를 만들어 놓은 셈입니다.
주총 승리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엘리엇의 다음 카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이런 이유에섭니다.
소위 '기업 사냥꾼'을 넘어 '소송 전문가'이기도 한 엘리엇이 어떤 카드를 빼들든 이를 막기 위한 상당한 비용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터뷰] 신석훈 /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분석팀장
"소송 뿐만 아니라 경영권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크거든요. 소액 주주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미명 하에 자꾸 뭘 요구하고 관여하기 시작하면 (삼성으로선) 굉장히 부담스럽죠."
문제는 외국 투기자본의 공세가 우려되는 국내 기업이 단지 삼성 한 곳만이 아니라는 점.
이른바 우량기업 지수로 불리는 KRX100 종목들 가운데 외국인 지분이 5% 이상 되는 곳만 해도 34곳이나 됩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이미 절반이 넘는 지분을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고 현대차 역시 절반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
국내 기업 상당수가 지배구조가 취약해 '제2, 제3의 엘리엇' 등장은 보다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재계는 '포이즌 필'이나 '차등 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장치가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임원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