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노동조합 공청회에서 임직원들은 노사 모두에게 불신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지난 9일 오후 외환은행 본점에서 열린 공청회는 준비된 좌석 외에도 곳곳의 빈 공간을 참석자들이 모두 채울 만큼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이날 공청회는 박근배 노조부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인사 3인이 직원들과 질의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공청회를 주최한 일부 노조원들은 ‘직원대표’라는 이름의 패널과 사회자로 참석했습니다.
'노조'를 향한 다급한 목소리
초반에는 노조를 향한 무차별적인 질문 세례가 쏟아졌습니다. 우선 통합의 시기를 묻는 질문이 가장 많았습니다. 노조 측은 “통합의 가장 좋은 시기는 직원들이 원하는 때”라며 “외환은행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정체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직원들은 ‘직원들이 언제를 통합시기로 원하고 있는지를 집행부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느냐’를 집중 추궁했습니다. 이때부터 노조의 답변은 흔들렸고 참석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으로 변했습니다. 노조 측은 “9.3 총회에서 의견을 들어보려 했으나 사측의 방해로 실패했다”며 “가능하면 다시 한 번 조합원 총회를 열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뒤이어 지난 주말 노조원을 대상으로 이뤄진 모바일 투표에 대한 질의가 나왔습니다. ‘투표결과를 공개할 의향은 없느냐’는 질문에 노조 측은 “위원장을 제외한 간부들은 결과를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순간 여기저기 한숨 섞인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직원들의 질문은 합의서 이행의 보장 여부로 넘어갔습니다. ‘협상지연의 이유가 사측이 합의서 이행을 담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냐’는 질문에 대해 노조는 “합의서에 고용보장 등이 명시돼 있지만 믿을 수 없다”며 “김정태 회장이 어떤식이던지 약속만 하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신뢰 잃은 것은 '경영진'도 마찬가지
공청회에서는 사측에 대한 직원들의 불신도 표출됐습니다. 이번 행사는 노조원 한명이 지난 8일 사내 인트라넷에 공청회 개최를 주장하자 다음날 일사천리로 이뤄졌습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내부에서는 “사측의 사주”에 의한 강압된 일이라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한 직원은 “이게 무슨 토론회냐, 지점에서 가라고 해서 왔다”며 “노조가 직원들의 대표인데 직원대표가 따로 있다”며 주최 측을 향해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경영진의 진정성 없는 협상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쏟아졌습니다.
공청회가 중반으로 넘어서자 “김정태 회장이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의 발언 이후 노사 협상에 참여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다음 주에 예비인가를 신청하면 또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는 질타가 나왔습니다. 신 전 위원장이 지난 1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노사 합의 없이도 통합 인가를 해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하나·외환 경영진의 태도 변화를 지적한 것입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사측이 조기통합 이후 양행의 중복인력에 대해 인력감축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하지만 그들이 제시한 직무 재개발과 재교육의 속뜻을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불신은 이날 임직원 공청회에서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과거 은행 대형화 과정에서도 '물리적 통합' 보다는 정서와 비전을 공유하는 '화학적 통합'이 훨씬 중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합 이후에도 은행 구성원간 불신이 사라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게 되는 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