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넌리딩클럽’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대만 뮤지컬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이나 사회 전반적인 부문에서 인문학이 열풍이다. 그런 사회적인 배경에서 보니 이 작품은 아주 특별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 중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셰익스피어나 까뮈 등의 문학 작품을 거론되거나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추는데 있어서 통과의례적인 고전 작품들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모든 세대들에게 점점 친근함을 잃어가고 있는 서점을 공간으로 활용해 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면서 작품을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
또한, 특이한 것은 이 작품이 6편의 연작 시리즈물이라는 점이다. 이번에 소개 된 작품은 그 두 번째 작품이다. 연작 시리즈를 통해 젊은이들이 세상을 경험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관객들로 하여금 삶의 모습들을 반추하게 해 자신이 처한 상황과 앞으로의 삶의 모습을 그려 갈 수 있게 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엔우지’라는 인물은 사랑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그는 베를린에서 음악 공부를 할 때 사랑에 빠진 경험이 있고, 그 실연의 고통으로 힘든 생활을 한다. 끝내 그는 고향인 타이베이로 돌아와 우연찮게 폐점 직전의 서점을 인수하기에 이른다.
그는 서점의 이름을 'Warten'(기다림)이라 짓고, 마음속으로는 사랑했던 연인 ’페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페이'는 나타나질 않는다. 그러는 와중에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둘씩 서점을 찾게 되고, 각자가 책에 연관관된 에피소드들을 풀어내기 시작한다. 서점은 어느새 활기를 되찾게 되지만 ‘엔우지’는 결코 실연의 상흔을 치유하지 못하고 상심과 열병은 더해만 간다.
보다 못해 여동생이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 ‘겨울의 꿈’을 건네며 꼭 읽기를 독려한다. 여동생은 오빠의 기다림이 끝내는 헛된 것임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권했지만, ‘엔우지’는 결국 그 책을 읽지 않는다. 그리고 '엔우지'는 결국 그녀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작품은 이러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피아노 한 대 만으로 캐릭터와 정서를 이끌어 가는 음악적 리딩이 퍽 인상적이었다. 악보를 보지도 않고 피아노를 치는 뒷모습과 배우들의 동선 및 움직임, 표정까지 읽어내는 듯한 피아노 연주자의 노련함과 음악성이 놀라웠다. 음악은 익히 아는 에릭 칼맨의 'All By Self'나 엘비스 프레슬리의 로큰롤 음악을 활용해 친근함과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주로 서정적이거나 솔로곡 위주였지만 극중 정서를 충분히 반영해 음악을 살려냈다. 하지만 자막 설치의 위치 선정이나 객석으로 무빙한 LED 조명으로 인해 자막을 충분히 읽어 낼 수가 없어 즉각적인 소통을 하는데 오히려 저해요인이 되었다.
배우들의 기량 또한 전체적으로 상당히 아쉬웠다. 연기적 합은 이루어졌으나 특히 가창력에서 충분한 에너지를 끌어내거나 호소력 있는 가창이 이루어지지 않아 감동을 자아내는데 무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작품은 공연을 보고 난 후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머무르게 했으며, 앞으로의 대만뮤지컬의 가능성과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게 했다.
뮤지컬 '넌리딩클럽'은 단지 재미나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삶에 대한 진지한 깊이와 무게를 기저에 두고 있었다. 또한, 삶의 유머와 더불어 나와는 다른 인생에 대한 관심과 페이소스로 자기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더불어 풍요로운 삶을 성찰하거나 새로운 에너지를 이끌어 내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