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성의 The Stage]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

입력 2015-06-29 10:13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은 198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했다. 작품은 이듬해 연극 뮤지컬 부문 최고상인 ‘올리비에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오랫동안 롱런 흥행에 성공했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도 2002년 10월 ‘루트원’에서 제작하고 남경주, 박기영 등이 출연해 LG 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드디어 2015년 6월 26일,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은 제9회를 맞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의 개막작으로 초청되어 한국 관객과 만났다.

작품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말년의 희곡 ‘템페스트’와 1957년 영화 ‘포비든 플래닛’이 만나 뮤지컬 ‘리턴 투 더 포비든 플래닛’으로 탄생했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의 메인 캐릭터인 프로스페로, 미란다, 에리얼 등을 비롯해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리어왕’ 등의 주옥같은 대사들을 상황에 맞게 절묘하게 인용했다. 음악 또한 50~60년대의 황제급 스타 가수들, 즉 ‘엘비스 프레슬리’, ‘비치보이스’, ‘클리프 리차드’ 등 로큰롤 제왕들의 히트곡을 드라마의 송모멘트에 맞게 차지게 흡수시켜 기막히게 흥을 돋웠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나 올드팝을 즐겼던 사람들은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즐겁게 작품 속에 숨어있는 추억의 향수를 끄집어내며 패러디를 찾아내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 작품의 이러한 제작 배경이 있었기에 ‘아바’의 음악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라는 메가 히트 뮤지컬이 탄생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유추해 본다.

작품은 우주여행선 캡틴 ‘템페스트’의 ‘알바트로스’호에 새로운 탑승자가 오르며 시작된다.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은 미니멀하고 기능적인 세트에 맞는 조명과 리어, 프론트의 영상 활용만으로 우주 비행선의 항해와 불시착, 다시 순항하게 하는 모든 이미지의 콜라주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주여행선은 항해 도중 이상 현상으로 흩뿌려진 소행성과의 충돌하며 불가사의한 행성에 착륙하게 된다. 여기서 인물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템페스트’의 메인 캐릭터인 프로스페로와 미란다, 에리얼 등과 조우한다. 작품이 진행되면서 버림받은 아내 글로리아의 진실이 차츰 드러나고, 거대한 괴물로부터 세상을 지키려하는 프로스페로의 진심 또한 알려지게 된다. 이야기는 작품의 혼탁한 관계들이 사랑으로 변화되고 순수하고 상식적인 인간성을 회복하며 막을 내린다.

이 작품은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다. 출연 배우들은 저마다 두세 가지 악기를 실제로 연주한다. 배우들의 연주 실력은 수준급이었으며, 마지막 커튼콜 이후 밴드 합주를 통해 보여 준 저력은 놀라울 뿐이었다. 딤프의 올 해 라인업의 방향이 대중성을 추구한 것과도 맞아 떨어졌다.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은 작품의 마무리에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느닷없이 출몰 할 수 있는 행성에 대처하고 그것을 놀이로 바꿀 수 있는 지혜를 겸비 할 수 있도록 놀이적 관객의 동참과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공연장을 화끈하게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준 뮤지컬 ‘포비든 플레닛’의 딤프 개막작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