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 의사일정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과 민생법안들이 무기한 표류하게 됐습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크라우드펀딩 법안)’과 ‘서민금융생활지원법 개정안’ 등의 처리가 줄줄이 무산되면서 청년창업 활성화와 서민층 자활지원 이라는 정책목표가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습니다.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 일정이 한 차례 더 잡혀 있긴 하지만 이들 법안들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인해 급속히 꺼져가고 있는 경기회복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10조원 안팎의 추가경졍예산(추경)을 편성했지만, 언제 국회를 통과할 지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 2013년 추경 때도 역대 가장 빠른 속도인 20일 만에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실제 집행률은 80%에도 못미쳤습니다.
메르스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국회를 통과해야 할 상황인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의사일정이 올스톱된 만큼, 추경으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 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정부 역시 다음 달 초 추경안을 제출하면 늦어도 다음달 말까지는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잡았지만 수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3%가 되려면 20조원 수준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예측치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추경 규모는 10조원 안팎. 이것저것 다 당겨다 써도 15조원 규모인데, 이걸로 성장률 3%를 달성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이마저도 집행이 늦어지면 추경으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는 기대에 크게 못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일부에선 정부가 애초부터 달성 불가능한 목표치를 전망치로 제시한 게 아이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도 법안 처리나 추경안 심의에 시간이 걸리는 데, 메르스 사태로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회를 자극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지금은 정치적 계산을 떠나 경제를 살리는 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