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업계 '외래어 표기 도 넘었다'

입력 2015-06-17 09:04
수정 2015-06-17 11:30


▲ 국내 주요 화장품 브랜드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한글로 작명된 화장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 : 미샤 홈페이지 캡처


"제품명이나 간단한 설명만 보고서는 도무지 무슨 제품인지 알수가 없네요" -김민정(여53/ 서울)-


"한국에 한글을 배우러 오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외래어 일색으로 표기된 화장품 등을 보면 민망하긴 해요" -최승은(여32.서울)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의 외래어 사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화장품의 경우 한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제품유형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지라도 제품에 대한 설명에서 조차 외래어로 가득차 있는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화장품 브랜드 자체적으로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지만, 개선되는 점은 극히 일부다.



▲ 지난 2009년 8월까지 사용된 헤라 클렌징 에멀전 제품 소개. 올해 1월에 출시한 '헤라 퓨리파잉 클렌징 밀크'의 문구는 '유분을 줄이고 수분량을 높여, 번들거림없이 피부를 촉촉하게 가꿔주는 워시오프 타입의 클렌징 밀크'등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에서 무분별한 외래어 차용 행태는 지속되고 있다


17일 국내 주요 화장품 브랜드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한글로 작명된 화장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한방화장품 브랜드의 경우 간헐적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이 외래어를 그대로 표기하거나 영어를 한글로 득음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제품에 대한 설명 또한 외래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화장품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올해 초 '아리따 서체' 개발 등 건강한 한글문화 발전에 기여할 것을 밝혔지만, 정작 자사의 화장품에 대한 설명에는 여전히 외래어가 가득해 빈축을 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라네즈의 립아이 립&아이리무버 (워터프루프)에 대한 제품 설명을 보면 "빠르고 효과적인 오일-프리 타입의 마일드한 포인트 메이크업 리무버"라고 명시돼 있다. '빠르고', '효과적인' 이란 단어 외에 설명 전체가 외래어로 표시되어 있다. '순한', '부드러운' 등 한글로 번역해서 사용해도 무리가 없는 '마일드'란 영어 조차 외래어 그대로 표기하고 있다.

라네즈의 '브러쉬 팩트'에 대한 설명에서도 충분히 한글로 번역해서 사용할 수 있는 단어들을 찾아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몰에는 "실크 터치감의 고급스러운 브러쉬로 다양한 스킨 디테일을 살려주는 피니싱 팩트"라고 제품 설명이 나와 있다. '감촉'이란 단어로 충분히 번역해서 사용할 수 있는 '터치감', '피부'란 단어로 번역할 수 있는 '스킨' 등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 사진 : 아모레퍼시픽몰 캡처

▲ 사진 : 아모레퍼시픽몰 캡처


화장품 업계의 무분별한 외래어 도용 실태는 외래어 차용의 편의성만을 쫓는 관행과 외래어의 뜻과 의미를 살릴 수 있는 한글찾기에 대한 노력과 인식의 부족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글사랑나라사랑국민운동본부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한글이 흔하다보니 귀하게 여겨지지 않고 있어서 아쉽다. 오히려 한글의 독창성과 미적 아름다움은 해외에서 인정받는 경우가 많아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예가 늘고 있다"며 "국내 산업계에서도 손쉽게 외래어를 차용하는 것이 아닌 외래어를 대체할 만한 한글찾기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