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공주', 스페인서 작품성 인정받다

입력 2015-06-11 17:28


지난해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뤄 화제를 모은 영화 '한공주'가 스페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스페인 언론과 영화비평가들은 각각의 지면을 통해 "뛰어나고 힘 있는 처녀작", "근래 가장 훌륭한 한국작품"등 이라고 평하며 영화 '한공주'의 작품성에 주목하고 나섰고, 영화를 연출한 감독과 배우도 관심을 받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Princesa'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지난해 4월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제 28회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대상을 비롯해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제13회 마라케시국제영화제' 등 다양한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국내외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왔다. 스페인 영화계에는 지난해 10월 '제47회 시체스국제영화제' 오피셜 놉스비전 부문에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리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시체스국제영화제'는 바르셀로나 근교에 위치한 작은 도시 시체스에서 해마다 열리는 영화제로 주로 SF, 공포, 스릴러, 판타스틱 장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피셜 놉스비전은 주목할만한 신인 감독의 픽션과 논픽션 작품 중 최우수작을 선발하는 부문으로, '한공주'는 다큐멘터리 '논픽션 다이어리'와 함께 최우수작에 이름을 올렸다.



집단 성폭행을 당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한 어린 소녀의 이야기로 개봉 당시 국내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던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구성과 힘 있는 메시지로 스페인 영화인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영화비평가들은 작품 속 피해자가 희생당할 수밖에 없는 남성중심적이고, 위선적인 사회구조에 주목하며 영화가 가진 주제의식을 높이 평가했고, 이와 동시에 그동안 여성의 목소리를 다룬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나 이창동 감독의 '시'(2010)의 이야기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스페인의 예술평론가 이스라엘 파레데스(Israel Paredes)는 한 지면을 통해 "남성중심적인, 불공평하고 병들어있는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려 애쓰는 주인공 '한공주'는 희생자"라며 "여린 주인공을 통해 잘못된 사회구조를 역설하기보단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날것' 그대로의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의 공영방송인 'RTVE'는 "어린 피해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위선적인 사회의 모습은 우리의 의식에 강펀치를 날렸다"고 평가하며 영화의 메시지를 높이 평가했다.



이 작품을 만든 이수진 감독은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무게있는 주제의식과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를 담담하게 표현한 연출력으로 주목받는다. 특히 특수효과나 화려한 촬영기법 없이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의 시선에 온전히 집중하게끔 하는 연출력은 현지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스페인 예술평론가인 이스라엘 파드레스(Israel Padres)는 "이수진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최근 트렌드를 완벽하게 이해하면서도 화려함과 소박함을 절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면서 "과거와 현실을 드나드는 나레이션과 주인공을 개인적으로 따라가면서도 거리를 두는 촬영기법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주인공을 매우 가까우면서도 신비한 존재로 느끼게끔 했다"고 이 감독의 연출력을 극찬했다. 이와 더불어 공영방송 'RTVE'는 영화 속 'OST의 부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RTVE'는 "가사가 있는 OST 대신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음악을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극의 집중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연출에 이어 주인공 '한공주'역을 분한 배우 천우희에 대한 호평도 이어진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영화 주연에 도전한 천우희는 상처입은 소녀가 현실을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느끼는 좌절과 아픔을 무덤덤한 표정과 담담한 연기로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TVE'는 "공감하기 어려운 배역을 뛰어난 감정 연기로 잘 소화해냈다"며 천우희를 "뛰어난 여배우"라고 칭했다.

한편 스페인의 아시아 영화 배급사인 '메디아트레스 에스튜디오(Mediatres Estudio)'를 통해 5월 8일부터 일반 관객들에 선보인 '한공주'는 6월 10일부터는 스페인 전역에 DVD로 판매된다. 힘 있는 메시지와 연출력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알린 '한공주'의 이야기가 스페인의 일반 대중들에게는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사출처: www.kofice.or.kr/c30_correspondent/c30_correspondent_02_view.asp?seq=11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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