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삼성물산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우호지분 확보 싸움이 벌어지면서 국내 자산운용사 자문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김치형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계약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는 다음달 17일.
안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주주총회에 지분 70% 출석을 가정할 때 합병안을 통과 시키기 위해서는 47% 가량의 찬성 지분이 필요합니다.
현재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계열과 지난 10일 전격적으로 KCC로 넘긴 자사주를 포함한 삼성물산의 삼성측 지분은 19% 정도.
여기에 9.9%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 삼성의 손을 들어준다 하더라도 47%에는 크게 못 미칩니다.
물론 반대로 합병을 부결 시키기 위한 참석주주의 1/3인 23%를, 현재 7.12%를 들고 있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채우는 것도 쉬운일은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그룹주 펀드 등을 운용하는 한국투신운용을 비롯한 국내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삼성물산 지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자산운용보고서를 토대로 파악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삼성물산 지분률은 10% 내외로 추정됩니다.
특히 국내 최대규모의 삼성그룹주펀드를 운용 중인 한국투신운용의 경우 4월 공시한 운용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성그룹적립식펀드 1,2호가 130만주와 190만주의 삼성물산 주식을 각각 보유하고 있고 삼성그룹주1,2호 펀드로도 32만주와 37만주의 주식을 더 들고 있는 등 전체 보유 물량이 400만주를 훌쩍 넘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의 대표펀드들도 같은 기준으로 300만주 이상의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렇다고 국내 자산운용사라는 이유로 이들을 무작정 삼성물산의 우호지분으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국내 사회책임투자(SRI)펀드와 주총 안건 분석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삼성물산의 합병안에 반대하라는 권고안을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에게 보낸 상태입니다.
서스틴베스트의 권고안에는 "삼성물산의 PBR이 역사적 최저 수준에서 합병이 결정됐다는 점이 일반주주의 지분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돼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운용이나 삼성운용 등이 서스틴베스트의 권고안을 따라야 할 의무도 없습니다.
이들의 권고안은 단순 참고자료일 뿐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의 수익을 최우선으로, 각기 내부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기구와 절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 가치투자펀드의 대표주자인 신영운용은 이미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자신들의 의결권 향방을 공개한 상태입니다.
최근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사(APG) 등 일부 외국인 주주들이 합병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며 엘리엇과 ‘느슨한 연대’를 시사했고 일부 소액투자자들도 엘리엇측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10%대 지분을 보유한 국내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치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