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바르셀로나 vs 유벤투스, 다시 시작된 바르셀로나의 시대

입력 2015-06-08 19:30
수정 2015-06-19 00:04


▲ 다시 시작된 바르셀로나의 시대 (사진 = FC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가 유벤투스를 꺾고 14/15 UEFA 챔피언스리그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1992년과 2006년, 2009년, 2011년에 이은 통산 다섯 번째 우승. 또한 2009년 이후 6시즌 만에 프리메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 코파 델 레이를 석권하며 역사상 최초로 두 번이나 트레블을 달성한 팀이 됐다.

오늘 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경기시작 4분 만에 선제골을 기록하며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는 듯했다. 예상대로 유벤투스가 포백 앞에 안드레아 피를로와 폴 포그바, 아르투로 비달,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를 배치하고 수비라인과 미드필드라인 사이 공간을 최소화하는 수비를 펼치자, 바르셀로나는 횡 패스를 통해 유벤투스 수비진을 좌우로 크게 흔들고, 공간이 생기면 조합 플레이를 통해 종으로 침투하는 공격을 펼쳤다.







▲ 횡으로 크게 흔들어 상대 수비의 좌우 간격을 넓힌 뒤 침투와 조합 플레이로 공격을 마무리하는 패턴은 오늘 경기에서 바르셀로나가 보여준 핵심 패턴이었다. (사진 = 중계화면 캡쳐)

이러한 방향 전환과 조합 플레이는 4분 만에 효과를 발휘했다. 리오넬 메시가 유벤투스 수비를 몰아놓고 왼쪽 측면으로 크게 휘두르는 패스를 전달했고, 네이마르가 왼쪽에서 볼을 컨트롤하는 과정에서 중앙에 공간이 만들어지자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순간적으로 침투하며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냈다. 마무리는 이니에스타와 함께 유벤투스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했던 이반 라티키치의 몫이었다. 바르셀로나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출발이었다.

선제골 획득 후 바르셀로나는 침착하게 경기를 주도해나갔다.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하기보다는 2선에서 횡으로 패스를 돌리다가 공간이 생기면 종으로 돌파를 시도하는 패턴을 고수했다.

메시나 이니에스타가 돌파를 시작하면 루이스 수아레즈와 네이마르가 배후 공간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상대 수비라인을 뒷걸음질치게 만들고, 수비라인이 뒤로 물러나면서 생긴 공간을 공략하는 형태였다. 몇 차례의 슈팅 실수와 지안루이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추가골을 획득하지는 못했으나, 바르셀로나가 불리할 것이 없는 경기 흐름임에는 분명했다.

그러나 기회를 놓치면 위기를 맞는 법이다. 수많은 득점 기회를 놓친 바르셀로나는 마르키시오의 창의적인 패스 한 번에 위기를 맞았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마르키시오의 뒤꿈치 패스가 바르셀로나의 압박을 뚫고 스테판 리히슈타이너에게 연결됐고, 이것이 카를로스 테베즈의 슈팅을 거쳐 알바로 모라타의 마무리로 이어졌다. 강한 전방 압박을 통해 55분 동안 유벤투스의 역습을 완벽에 가깝게 저지했던 바르셀로나가 한 번의 실수로 위기에 몰리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는 메시가 있었다. 동점골을 넣으며 분위기를 반전시킨 유벤투스는 어렵사리 얻어낸 상승세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과감하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모라타와 테베즈가 전방 압박을 가하고, 타이밍을 맞춰 비달과 포그바, 마르키시오가 바르셀로나 미드필더를 밀착 마크하는 유벤투스의 과감한 전진은 10여분 동안 유벤투스에게 주도권을 가져다줬다.

문제는 이러한 전진이 유벤투스의 강점인 수비력을 떨어뜨렸다는 점이었다. 유벤투스 미드필더들의 전진은 전방 압박과 공격력 강화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MSN 트리오에게 공간을 허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선수, 어쩌면 역사상 최고의 선수일지도 모르는 바르셀로나의 10번은 공격에 취한 유벤투스 미드필더들이 흥분한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하프라인에서 패스를 받은 메시는 30m 가량을 드리블한 뒤 페널티 박스 바로 앞에서 수비 한 명을 가볍게 제치고 슈팅을 시도했고, 부폰이 어렵게 막아낸 이 슈팅은 뒤에서 뛰어들던 수아레즈에게 연결됐다. 2-1. 결국은 메시였다.

사실상 경기는 여기서 끝났다. 경기 내내 바르셀로나에게 끌려 다녔던 유벤투스 선수들의 체력은 더 이상의 반전을 꾀하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져 있었으며, 처진 분위기를 끌어올릴 만한 계기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무리하게 수비라인을 끌어올리고 마지막 불꽃을 태웠던 유벤투스는 경기 종료 직전 네이마르에게 한 골을 허용하면서 완벽히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떠나고, 사비 에르난데스가 전성기에서 내려오면서 많은 사람들은 바르셀로나의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메시가 있는 한, 바르셀로나는 누가 떠나고 누구의 기량이 떨어지더라도 늘 최고의 자리에 있을 것이다. 그것이 역사상 최고의 선수만이 가질 수 있는 아우라다. 메시와 함께, 바르셀로나의 시대가 다시 한 번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