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상 최장기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불황형 흑자' 논란은 오히려 커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제는 각종 지표가 경상수지 흑자형 경기불황이라는 점을 뒷받침 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지적에 귀를 막은 한국은행의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주비 기자입니다.
<기자>
경상수지 흑자가 38개월째 이어지면서 사상 최장기간을 기록했습니다.
4월 상품수지 흑자는 125억6천만 달러로 사상 최대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박수만 칠 일이 아닙니다.
5개월 연속 이어진 수출 감소에다 앞으로 수출을 내다볼 수 있는 수입을 보면 총체적인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원자재와 자본재, 소비재 모두 감소폭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총수입이 17.8% 감소한 가운데 일부 원자재의 경우 29%나 수입이 줄었습니다.
생산을 위한 자본재나 내수경기를 반영하는 소비재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 어제 오늘 나온 것이 아니지만 한국은행은 요지부동입니다.
한은은 매달 불황형 흑자에 대한 지적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면서 '동문서답'만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노충식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팀장
"불황형 흑자라는 거에 대한 정의가 정확히 내려져있는 게 없어요. 통계하는 쪽에서 판단하는 게 아니고. 지금은 유가 하락이라는 부분에 의해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줄어드는 거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불황형 흑자'가 아니라 '흑자형 불황'이라는 현 경기상황을 받아들여야합니다.
1분기 성장률이 0.8%로 주춤한 가운데 2분기 개선 전망도 수출 부진과 메르스 영향으로 불확실해졌습니다.
여기에 물가상승률은 담배값 인상분을 제외할 경우 넉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 디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높아졌습니다.
광공업 생산과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감소세를 보이고 소비 심리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보다 7.1%, 3.8% 각각 증가했지만 매출액은 오히려 5.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매출증대에 따른 실적개선이 아니라 원가절감과 비용감소에 의한 '불황형 흑자'가 기업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뷰>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경기가 크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화정책에 있어서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고요. 통화정책을 좀 더 신축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경제 전반에 낀 어두운 먹구름으로 시장에서는 오는 11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만약 기준금리가 전격적으로 인하된다면 한은은 뒤늦게 흑자형 불황이라는 상황을 자인하게 됩니다.
한국경제TV 이주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