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결승전] 아스널 vs 아스톤 빌라, 중원 싸움에서 갈린 승부

입력 2015-05-31 20:40
수정 2015-06-01 00:04


▲ 두 시즌 연속 FA컵 우승을 차지한 아스널 (사진 = 아스널 FC)

어젯밤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14/15 잉글랜드 FA컵 결승전에서 아스널이 아스톤 빌라를 4-0으로 완파하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난 시즌에 이어 두 시즌 연속 우승이자 12번째 우승으로,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치고 FA컵 최다 우승팀에 등극하는 영광도 안았다.

이견의 여지없는 아스널의 완승이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강한 전방 압박과 유려한 패싱 게임으로 주도권을 잡은 디펜딩 챔피언은 90분 내내 공격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90분 동안 아스톤 빌라에게 단 한 번의 유효 슈팅도, 단 한 번의 코너킥도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처럼 아스널이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미드필드 싸움에서의 완승 덕분이었다. 어제 경기에서 아스널은 올 시즌 경기들 중 가장 강력한 압박을 선보이며 아스톤 빌라의 공격을 철저히 차단했다. 테오 월콧과 메수트 외질이 중앙으로 나오는 패스 길을 틀어막아 상대의 공격 루트를 측면으로 몰아넣은 뒤, 윙포워드와 수비형 미드필더, 풀백이 측면에서의 인구 밀도를 높여 볼을 탈취했다. 최전방과 최후방은 물론, 좌우 거리도 25M 이내로 유지된 타이트한 압박이 돋보였다.



▲ 타이트한 간격 조절과 압박으로 패스 루트를 차단하는 아스널 선수들 (사진 = 중계화면 캡쳐)

볼 소유권을 확보한 뒤에는 좌우로 넓게 벌려 아스톤 빌라의 압박을 무력화했다. 미드필더들의 기동력과 활동량이 뛰어난 아스톤 빌라 역시 좁은 간격을 유지하며 대등하게 중원 싸움을 풀어가려 했지만, 아스널 선수들은 패스 앤 무브와 방향 전환을 통해 쉽게 압박에서 벗어났다. 이렇게 손쉽게 탈압박에 성공하다 보니 헥터 벨레린과 나초 몬레알은 별다른 위험 없이 공격에 가담할 수 있었고, 아스널 선수들은 오히려 평소보다 더 넓은 공간에서 더 빠르고 창의적인 공격을 펼칠 수 있었다.





▲ 볼을 빼앗은 뒤에는 패스 앤 무브와 방향 전환으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아스널 (사진 = 중계화면 캡쳐)

반면 아스톤 빌라는 아스널의 압박을 풀어내지 못하면서 무기력하게 주저앉고 말았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였던 아스톤 빌라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수비와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빠르게 공격을 시도하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미드필드 싸움에서 완패하면서 수비는 흔들렸고 공격은 시도조차하기 어려웠다. 산티 카솔라처럼 강한 압박 속에서도 방향을 틀어 빈 공간으로 패스를 보낼 수 있는 기술적인 선수의 부재가 아쉬운 경기였다.

프리미어리그 3위와 FA컵 우승으로 14/15 시즌을 마무리한 아스널은 희망을 안고 여름 이적 시장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시즌 중반에 깜짝 등장한 프란시스 코클랭이 팀에 공수 밸런스를 가져다줬고, 알렉시스 산체스는 한 시즌 만에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으며, 메수트 외질 역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두 시즌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우승의 맛’을 아는 팀이 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두세 명의 A급 선수를 보강할 수 있다면, 아스널도 다음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