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김아중+변영주 감독 사회 '흥미진진'

입력 2015-05-28 18:25


제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27일 성황리에 개막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27일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 신촌 M관에서 개막식을 열고 8일 간의 축제를 시작했다.

1997년 4월 첫 장을 연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역사가 깊은 국제영화제이다. 올해로 17번째를 맞이한 영화제는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37개국에서 엄선한 111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또한 해외 게스트 24명이 한국을 방문하여 역다 최다인 46회에 이르는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다.

개막 당일 오후 6시 메가박스 신촌 앞 광장에서는 개막식을 축하하는 식전공연 ‘마고할미’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민간설화에서 비루한 행색을 하고 있지만 거대한 능력을 가진 마고할미를 형상화한 이 공연은 이혜경 공동집행위원장이 직접 연출한 것이다. 마고할미의 커다란 얼굴과 두 팔을 형상화한 모형물이 메가박스 신촌 입구에 설치되어 개막식에 입장하는 관객들은 마고할미의 품으로 들어가게 되는 방식으로, 관객들 역시 퍼포먼스의 일환이 되었다.

극장에서는 공식 행사에 앞서 박찬욱 감독, 김지운 감독, 가수 백현진, 올해 트레일러에 출연한 배우 전여빈 등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응원 영상이 상영돼 개막식에 참석 못한 아쉬움을 대신했다.

개막식 사회는 4년 연속 개막식 사회자로 낙점된 변영주 감독과 홍보대사인 1대 ‘페미니스타’ 김아중이 맡았다.

개막식에는 국내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대거 참석하여 눈길을 끌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김영빈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허진호 제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서명수 초단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오정훈 인디다큐페스티벌 집행위원장,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이 영화제의 개막을 축하했다.

또, 임순례 감독, 정재은 감독, '아이들'의 류미례 감독, '간지들의 하루'의 이숙경 감독, '아버지의 이메일'의 홍재희 감독, '자, 이제 댄스타임'의 조세영 감독, '반짝이는 박수 소리'의 이길보라 감독, '홀리워킹데이'의 이희원 감독, 올해 ‘새로운 물결’ 부문 초청작이기도 한 '거짓말'의 김동명 감독도 앙케 레베케 베를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미셸 조 교수(맥길대학교 동아시아/월드시네마학과)와 함께 아시아 단편경선 심사위원으로 참석했고,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 김점선 작가, 방송인 이다도시, 배우 한혜린, 이번 영화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20여 명의 감독들과 프로듀서 등도 자리를 빛냈다.

“여성영화제의 이금희, 송해, 허참인 변영주입니다”라는 소개로 개막식의 포문을 연 변영주 감독은 특유의 재치 넘치는 코멘트로 페미니스타 ID 목걸이를 목에 걸고 개막식에 선 제1대 페미니스타 김아중과 함께 영화제의 취지와 구성, 행사, 놀이방 운영 등의 정보를 꼼꼼하게 소개했다.

변영주 감독이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이 마련됐는데 어른 같은 아이는 안 된다. 꼭 아이만 맡길 것”이라는 등 유머 감각으로 재미를 더하는 가운데, 김아중 또한 야스밀라 즈비니치 감독의 단편 다큐멘터리 '여성이 좋은 영화를 만든다' 상영 후 변영주 감독이 “임순례 감독님은 좋은 영화를 만듭니다”라고 하자 “변영주 감독님은 좋은 영화를 만듭니다”라며 지지 않는 입담과 차분한 진행으로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했다.

끝으로, 이계경 조직위원장, 이혜경 공동 집행위원장, 김선아 공동 집행위원장이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는 슬로건 아래 그 어느 때보다도 혁신적이고 대중적인 프로그램으로 다가가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개막을 선언합니다”라고 개막을 선포했다.

개막작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 수정곰상 수상작인 스웨덴 영화 '마이 스키니 시스터'이다. 상영에 앞서 영화를 만든 산나 렌켄 감독과 아니카 로겔 프로듀서의 무대인사가 있었다. 조혜영 프로그래머가 ‘식이장애라는 진지한 주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냈다’며 선정평을 밝혔고, 산나 렌켄 감독은 “이 자리에 함께해 영광스럽다. 우리 영화를 아시아 프리미어로 상영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6년간 이 영화를 만들었다. '마이 스키니 시스터'는 픽션이지만, 자매의 이야기이고 나도 10대 시절 식이장애를 앓았던 경험이 있어 내게 매우 사적인 작업이기도 했다. 많이들 보고 즐겨웠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개막작 상영까지 자리를 지킨 페미니스타 김아중은 리셉션장으로 이동, 여성영화제를 위한 건배를 제의하며 영화제 개막의 마지막 일정을 소화했다. 김아중은 특별상영작 속 발언이자 제목인 “여성은 좋은 영화를 만든다”라는 말이 아직도 귓가에 남는다며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28일에도 김아중은 오후 3시 관객들과 함께 '새로운 물결' 부문의 상영작 '용의자 루시아'를 보며 스페셜 토크를 진행, 홍보대사로서의 중책을 충실히 수행했다.

서울국제영화제는 작품성과 독창성이 뛰어난 최신작을 상영하는 ‘새로운 물결’ 부문과 세계 영화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지역의 영화를 소개하는 ‘스웨덴 여성영화의 평등한 힘’ 부문 등으로 구성됐다.

더불어 올해의 주제로 선정된 ‘페미니즘’의 물결을 조망하는 영화들을 상영하고 토론을 하는 ‘쟁점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부문, 국내 최초로 연출작 전편이 소개되는 1940년대의 유일한 여성 감독 ‘아이다 루피노 회고전’, 케냐 인도 대만 필리핀 등의 화제작들로 꾸려진 여성영화제의 인기 섹션 ‘퀴어 레인보우’ 부문, 시청각 장애인과 함께 보는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도 마련됐다.

경쟁부문인 아시아 단편 경선에서는 미얀마, 부탄, 키르기스스탄 등 아시아 20개국에서 제작된 총 415편의 출품작 중 본선 진출작인 21편이 성주 최우수상과 성주 우수상을 두고 경합을 벌인다. 지난해 신설된 국내 10대 여성감독 작품을 상대로 한 '아이틴즈'(I-TEENS) 부문은 10대들로 구성된 관객 심사단이 함께 작품을 관람하고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이 후원하는 대상 1편을 선정한다.

국내 첫 공개되는 82편의 프리미어 상영작을 비롯한 111편의 풍성한 상영작과 행사를 준비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성공적인 개막식을 치르고 6월 3일까지 축제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yeeuney@blu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