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만나 기량 만개… ‘수일마르’ 강수일, 태극마크 꿈이 영근다

입력 2015-05-25 11:15
수정 2015-05-28 01:53


▲ 정말 막기 어려운 선수가 된 강수일(사진 = 제주 유나이티드 FC)

“사람은 사람을 만나면서 변하고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강수일에게는 황선홍 감독과의 만남이 변화와 성장의 계기였던 모양이다. 지난 시즌 포항에서 황선홍 감독을 만나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던 강수일이 올 시즌에는 K리그 클래식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거듭나고 있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23일 오후 3시 있었던 2015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전남과의 경기는 강수일의 진가가 드러난 경기였다. 강수일은 전반 9분 만에 진대성의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터뜨린 뒤, 전반 13분 추가골을 터뜨리며 제주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의 주인공은 후반 43분 극적인 결승골로 제주월드컵경기장을 들썩이게 만든 이용이었지만, 가장 눈에 띄었던 선수는 분명 강수일이었다.

두 시즌 전까지만 해도 강수일은 드리블밖에 없는 선수였다. 빠른 발과 테크닉을 바탕으로 한 드리블 능력은 출중했지만, 팀플레이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경기에서 겉도는 인상이 강했다. 볼을 갖지 않은 상황에서의 움직임도 좋지 않아서 경기 내내 고립되는, 소위 ‘투명인간’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 포항에서 기량을 만개하기 시작한 그는, 올 시즌 말 그대로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리그 클래식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드리블 돌파 능력에, 지난 시즌 황선홍 감독의 조련을 받으며 골 결정력과 볼 없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을 한 단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볼을 갖지 않은 상황에서 영리하게 수비수 사이로 침투한 뒤 반 박자 빠른 타이밍에 슈팅을 시도해 득점을 기록한 전남 전의 선제골 장면은 강수일의 성장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강수일의 성장은 공격 자원 부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도 희소식이다. 기존의 이정협, 김신욱과 달리 강수일은 9.5번 스타일의 공격수다. 포스트 플레이 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좌우로 폭넓게 움직이면서 중앙 공간을 열어주고, 일대일 돌파를 통해 직접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는 선수다. 중앙으로 좁혀드는 움직임이 많은 손흥민이나 전방 침투가 뛰어난 구자철과 호흡을 맞추기 적합한 플레이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빠른 발과 드리블 능력을 갖추고 있어 앞장서서 역습을 이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중앙에 공간을 만들어주고, 일대일 돌파로 중앙으로 침투하는 손흥민, 구자철, 이청용 등에게 기회를 제공하며, 역습을 이끌 수 있는 원톱 자원은 슈틸리케 호가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조각 중의 하나였다.

물론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좌우로 빠져서 중앙에 공간을 만드는 움직임은 좋지만 종으로 움직여 직접 득점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은 아직 부족하고, 연계 플레이 능력과 패스 능력도 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11경기 5득점이라는 무시무시한 득점 페이스를 계속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한창 컨디션이 좋을 때 ‘반짝’ 하다가 시즌이 진행될수록 득점 페이스가 떨어지는 것은 축구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아직은 거친 느낌이 있는 움직임을 세련되게 다듬고, 현재의 득점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면 강수일의 대표팀 승선도 그리 멀어 보이지는 않는다. 태극 마크를 달고 월드컵에서 활약하는 날만을 고대하고 있다던 ‘수일마르’ 강수일의 꿈이 영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