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사람들의 습관] 5편.

입력 2015-06-19 09:30
아버지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엄마 곁에 다가가서 엄마 이름을 부르며 손을 잡았어요. 하지만 엄마는 숨을 몰아쉬고, 이승에서의 시간은 이제 마지막인 것처럼 보였어요. 바로 숨이 멎을 것 같은 상황이었어요. 오빠는 아버지를 향해 다시 크게 소리치면서 다그쳤죠. ‘아버지, 제발 말하세요. 고맙다고,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고. 제발 말씀해주세요!’ 하며 울었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어요, 끝까지! 그렇게 오빠가 간절하게 부탁해도 그 자리에 묵묵히 서 계시기만 하셨어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오빠는 아버지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래도 아버지가 암 말기라고 병원에서 연락이 오니까 입원 수속도 다 밟아주고 아무튼 장남 역할은 했지만 오빠 마음속 깊은 곳에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 원망이 여전히 가득할 거예요."

“오빠는 많이 힘드셨겠지요.”

“네, 맞아요. 선생님, 혹시 기회가 닿는다면 저희 오빠 이야기도 한번 들어봐주세요.”

며칠 후였다. 다시 왕진을 갔을 때, 늘 누워 있는 작은 침대와 불단 사이 바닥에 J가 누워 있었다. 순간 깜짝 놀라 맥을 짚어보고 혈압을 재보았다. 다행히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아마도 그 자리에서 잠이 들어버린 듯했다. 침대에 누이고 다시 진찰을 해보았지만 역시 이상 증세는 보이지 않았다. 잠든 얼굴에서도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앙상하게 야위기 시작하면 상황은 가파르게 나빠진다.

하지만 그는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를 고집했고, 우리는 곁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무심코 고개를 돌려 불단에 눈길을 주었다. 향단지에 타다 만 향이 꽂혀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환하게 웃는 부인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녀는 따스한 눈길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누워 있는 침대에서 고개를 왼쪽으로 살짝 돌리면 부인의 사진이 정면으로 보였다.

‘그랬구나. 그래서 1층 넓은 방을 마다하고 좁은 거실에 침대를 놓으셨구나.’ 문득 가슴이 뭉클했다.

며칠 뒤부터 그는 심한 무기력증, 나른함을 호소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며칠에 불과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사실을 전화로 아들에게 전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아들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회사에 휴가를 내고 제가 곁을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아들은 아버지 곁으로 왔다. 더 이상 혼자 힘으로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J는 기저귀를 차기 시작했고, 기저귀 교환은 아들이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갑자기 J가 “물, 목이……”하면 입에 물을 적셔주는 일도 아들의 몫이었다.

“선생님, 저는 아버지를 미워했어요.”

불쑥 말을 꺼낸 아들의 목소리는 뜻밖에 아주 차분했다.

“우리 아버지는 정말 대책이 없는 분이었죠. 고리타분한 옛날 사람이라고 할까요. 선생님도 힘들게 하셨을 거예요. 워낙 무뚝뚝하고 말씀이 없으니까요. 저하고 제 동생은 아버지와의 추억이 없어요. 아버지는 돈 버는 것 외엔 가정을 전혀 돌보지 않으셨지요.

아들은 이야기를 멈추었고,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