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의 노상래 감독과 김태영 수석코치(자료사진 = 전남 드래곤즈)
원정팀의 주장 완장을 찬 수비수 방대종이 부상을 당해 전반전 교체되는 불운을 겪었다. 그리고 후반전 초반까지 내리 두 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진정한 드라마는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믿기 힘든 승부의 갈림길이 숨가쁘게 나타났다. 전남선수들의 승부사 기질이 빛났다.
노상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남 드래곤즈가 13일 오후 7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빅버드)에서 열린 2015 FA(축구협회)컵 32강 수원 블루윙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연장전까지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전남은 가장 늦게 16강에 합류하는 K리그 클래식의 아홉 번째 클럽이 됐다.
출발은 홈팀 수원 블루윙즈가 압도적이었다. 염기훈과 정대세의 찰떡 궁합이 멋진 두 골을 만들어냈다. 2015 K리그 클래식에서 놀라운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있는 두 선수이기에 '염대세'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조합이었다.
26분에 코너킥 세트피스로 첫 번째 작품을 만들어냈다. 염기훈이 오른쪽 구석에서 왼발로 올린 공을 정대세가 솟구치며 머리로 돌려넣었다. 후반전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은 59분에도 염기훈의 왼쪽 크로스가 포물선을 그렸고 이 공을 따라 뛰어들어간 정대세가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 슛을 보기 좋게 성공시켰다.
웬만한 축구팬들은 60분도 안 되는 이 시간에 승부가 갈렸다고 봤다. 2위 수원이 중위권 싸움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는 전남을 쉽게 물리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곧바로 3분 뒤에 전남의 만회골이 터졌다.
62분, 전남의 공격형 미드필더 오르샤가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을 수원 골문 오른쪽 톱 코너에 꽂아넣은 것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설마 강팀 수원이 주저앉을 것이라 예상한 사람들은 극소수였을 것이다.
그 생각이 경기 끝무렵까지 이어지는 87분에 놀라운 동점골이 빅버드를 흔들었다. 후반전 교체 선수 안용우가 프리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임종은의 발리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각도 없는 곳에서 정확하게 성공시킨 것이다. 안용우의 자랑인 왼발이 아니었기에 각도를 잘못 잡은 수원 골키퍼 정성룡도 늦은 후회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연장전이 이어진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연장전에서 더욱 놀라운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수원은 101분에 오범석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은 이상호가 파워 헤더골을 터뜨리며 다시 앞서나갔다. 3-2 펠레 스코어 정도면 연장전까지 왔어도 납득할만한 결과였다. 하지만 전남 선수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여기서 노상래 감독이 숨겨두었던 비장의 전술 변화가 빛났다. 센터백 임종은을 아예 최전방 공격수로 올린 것이다. 거짓말처럼 이 결단은 107분에 짜릿한 동점골로 효과를 봤다. 레안드리뉴가 찔러준 공을 받은 임종은은 원래 정통파 원톱이었다는 듯 공을 몰고 들어가 수원 골문을 열어버렸다. 노련한 골키퍼 정성룡이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왔지만 임종은의 왼발 슛은 타이밍 적절하게 수원 골문 안으로 날아들었다.
'2-0 → 2-2 → 3-2 → 3-3'으로 바뀐 이 FA컵 최고의 드라마는 결국 승부차기로 결판났다. 여기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주인공은 역시 맏형 골키퍼 김병지였다. 골문 바로 뒤에서 수많은 수원 서포터즈가 소리를 질러댔기 때문에 부담감을 한몸에 받았지만 수원의 첫 번째 키커 카이오의 왼발 슛을 오른쪽으로 몸 날려 기막히게 막아낸 것이다.
승부차기 출발부터 흔들린 수원은 결국 연장전 추가골의 주인공 이상호가 오른발로 강하게 찬 공이 크로스바를 때리는 불운까지 겪으며 무너졌다. 전남의 다섯 번째 마지막 키커는 역시 극적인 후반전 동점골의 주인공 안용우였다.
이제 전남 드래곤즈는 16일(토)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들어가 FC 서울을 상대로 K리그클래식 11라운드 원정경기를 펼치며, 핵심선수들을 대부분을 기용하고도 패한 수원 블루윙즈도 같은 시각에 제주 유나이티드를 빅버드로 불러 상위권(2위 vs 3위) 다툼을 펼쳐야 한다.
※ 2015 FA컵 32강 결과(13일 오후 7시 30분, 빅버드)
★ 수원 블루윙즈 3-3 전남 드래곤즈 [득점 : 정대세(26분,도움-염기훈), 정대세(59분,도움-염기훈), 이상호(101분,도움-오범석) / 오르샤(62분), 안용우(87분,도움-임종은), 임종은(107분,도움-레안드리뉴)]
- 연장전 후 승부차기 4-3으로 전남 드래곤즈 승리
◇ FA컵 16강 진출팀
대전 시티즌, FC 서울, 성남 FC, 울산 현대, 인천 유나이티드 FC, 전남 드래곤즈, 전북 현대, 제주 유나이티드, 포항 스틸러스(이상 K리그 클래식 9팀)
강원 FC, 충주 험멜(이상 K리그 챌린지 2팀)
대전 코레일, 울산 미포조선, 천안시청(이상 내셔널리그 3팀)
화성 FC(K3 리그 1팀)
영남대(U리그 1팀)